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최용수 "FA컵 트로피 들어올리고 싶다"

by

대혈투였다.

FC서울이 승부차기 접전 끝에 포항을 눌렀다. 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2014년 FA컵 16강전에서 120분간 2대2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서울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45분 윤주태의 동점골에 이어 고광민까지 득점을 터뜨리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 유상훈이 선방을 펼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상암벌에 펼쳐진 서울극장에 관중들의 환호가 멈추지 않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에겐 중요한 경기였다. 1998년 이후 FA컵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쯤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었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포항이 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지 볼 수 있었던 경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황선홍 포항 감독의 지도력에 배울 점이 많았다"며 "90분 승부와 연장전 모두 준비를 하고 상당히 고민했다. 상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 지 이야기 했다. 백업 선수들의 투입 시간까지 고려했다. 상대 체력이 떨어질 때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었다. 선수들이 그동안 준비했던 경기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든 경기를 했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잘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물고 물리는 혈투였다. 포항이 후반 11분 김형일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45분 윤주태가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서울이 연장 후반 8분 고광민의 역전골로 승부를 가져가는 듯 했으나, 연장 후반 15분 강수일이 동점골을 얻는 등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하지만 벤치에서 이를 바라보는 최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만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역전골 뒤) 승부가 그대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연장 후반 동점골, 이게 스토리가 되는 것 같다. 정말 힘든 승부였다"며 "선수들이 포항전을 앞두고 늦게까지 승부차기 훈련을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고마운 부분이다. 승부차기에서 패하더라도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포기하지 않는 놀라운 투혼, 베테랑의 경험을 이어받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를 볼 수 있었다"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특급 활약을 펼친 교체 선수 중 윤주태를 지목했다. 최 감독은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겉멋이 들어 있었다. 분데스리가를 좀 경험했다고 해서 우쭐했다. 기회를 줄 수 없었다"며 "최근 상당히 굶주린 상황이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을 해줬다. 윤주태는 윤상철 선배 못지 않은 위치 선정 등이 강점이다. 좀 더 성장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우리 팀에는 기회를 잡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이 많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울의 승리로 다가오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서울과 포항은 ACL 8강전에서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서울의 충천한 사기가 ACL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오늘 승리하긴 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선수들이 착각하면 안된다. 이럴 때 개선점을 빨리 알아야 한다"며 "ACL은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감독은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설과 거리를 뒀다. 그는 "여러분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대표팀 차기 감독설) 이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한국 축구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미래를 위해 반전이 필요하다. 축구계에는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다. 나는 이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한다. 나는 돌아가고 싶다. 기대를 하는 사람은 우리 부인 정도"라고 미소를 보였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