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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완벽했던 10승, 변화의 해답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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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10승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LA 몬스터' 류현진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류현진이 14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 류현진의 네번째 10승 도전이었다. 앞서 세 차례 10승 문턱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이날은 확실히 달랐다. 류현진 스스로 완벽투를 통해 10승을 만들어냈다. 6회까지 출루는 단 두 차례만 허용했다. 안타 2개 외에 4사구는 없었다. 4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했고, 올시즌 최다인 10개의 삼진을 잡았다.

▶완벽했던 패스트볼 커맨드, 여유 넘쳤다

모처럼 '닥터 K'의 면모를 뽐냈다. 올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5월 22일 뉴욕 메츠전의 9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5월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의 12개 이후 최다 탈삼진이다.

앞서 세 경기에서 10승을 달성하지 못한 류현진은 작심한 듯 자기 공을 뿌렸다. 이날 상대팀인 샌디에이고는 타선이 허약한 대표적인 팀이다. 팀 타율 2할1푼4리로 양대리그 30개 팀 중에서 가장 낮다. 류현진 역시 보다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류현진을 상대로 스위치히터 3명을 포함해 8명의 우타자를 배치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류현진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다.

류현진은 이날 최고 95마일(약 153㎞)의 직구를 선보였다. 경기 전 불펜피칭을 하면 자신의 컨디션에 대해 알 수 있는데, 류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심한 듯, 1회부터 강속구를 뿌렸다.

같은 직구라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원하는 곳에 공을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은 물론 볼끝이나 회전력에도 차이가 생긴다. 이날은 직구가 사니, 변화구의 위력도 함께 상승했다. 삼진 10개 중 직구로 삼진을 잡은 건 세 차례였다. 특히 바깥쪽 꽉 찬 코스로 제구가 완벽했다. 몸쪽 변화구와 함께 좌우 코너워크로 상대를 농락했다.

▶新무기 컷패스트볼,

직구 뿐만 아니라, 다른 공도 좋았다. 이날 92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직구를 31개 뿌렸다. 평소 50% 전후로 구성되는 직구의 비율이 3분의 1 가량으로 확 떨어졌다. 대신 세 가지 변화구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구사했다. 커브를 21개 던졌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가각 20개였다.

상대 입장에선 난감할 만 했다. 올시즌 류현진은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의 비율을 낮추고 있다. 빅리그 진출 때부터 이미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았다. 우타자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탈삼진 능력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상대는 이제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질 걸 알고 들어온다. 류현진 입장에선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국 새로운 구종인 컷패스트볼을 연마했다. MLB.com의 게임데이에는 여전히 슬라이더로 분류되고 있지만, 기존 슬라이더와는 분명히 다른 공이다.

87~89마일(약 140~143㎞)에서 형성되는 신무기다. 컷패스트볼 혹은 고속 슬라이더로 부를 만하다. 기존 슬라이더보다 휘는 각이 조금 적지만, 속도가 빨라졌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지도에 따라 집중연마했다.

류현진은 구종습득력이 뛰어나다. 센스가 좋다.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대선배 구대성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금세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이 공을 앞세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미국에 진출한 지난해부터 구종 추가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긴 했으나, 자신의 패턴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2년차 시즌을 맞아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이젠 완벽히 신무기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10개의 삼진 중 5개를 컷패스트볼을 던져 잡았다.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 드는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컷패스트볼은 헛스윙 뿐만 아니라, 땅볼을 유도하기에도 좋은 공이다. 날카롭게 변화해 배트 중심을 비켜가기 쉽다. 체인지업이 우타자 바깥쪽 멀리 던지는 공임을 감안하면, 몸쪽으로 파고 드는 컷패스트볼은 최적의 조합이다. 좌우로 상대를 농락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사상 첫 전반기 10승을 이끈 건 '변화'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가 그를 빅리거로 만든 것 아닐까. 괴물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