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마지막 병역 혜택이 달린 대회. 상심이 클 수밖에 없지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난 14일 인천 아시안게임 2차 예비엔트리가 발표되자, 모두가 탈락을 아쉬워한 선수가 있다. 바로 KIA 타이거즈 내야수 안치홍(24)이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병역 혜택이 달린 국제 대회, 본인이 가장 크게 상심했을테지만, 구단 역시 타격을 입었다. 족저근막염으로 발바닥 통증을 안고 있는 김주찬이 예비엔트리에 진입했으나, 오히려 병역 혜택이 필요한 안치홍은 빠지고 말았다.
안치홍은 14일 현재 타격 10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율 3할4푼1리 13홈런 60타점을 기록중이다. 타격 10위, 타점 공동 9위다. 개인 최다 홈런(2009년 14개)과 타점(2012년 64개)이 눈앞이고, 생애 첫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기대된다.
1차 예비엔트리에 든 2루수는 모두 5명. 오재원(두산) 서건창(넥센) 박민우(NC) 정근우(한화)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차 예비엔트리에 살아남은 건 오재원과 서건창, 정근우다. 안치홍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의 결정에 논란은 커지고 있다. 안치홍의 성적이 부족할 게 없기 때문이다.
안치홍이 밀린 사유는 있다. 일단 아시안게임에선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안치홍보다 타율 1모가 높은 오재원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루수 외 다른 내야수들을 살펴 보면, 멀티플레이어로서 오재원이 갖는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서건창의 경우, 현재로선 대표팀의 1번타자 역할을 해줄 적임자다. 올시즌 최다안타 1위(125개)를 달리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정근우는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인정받았다. 수비의 중요성이 큰 내야의 특성상 정근우 같이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각 경쟁자들에 비해 매우 작은 부분에서 한 가지씩 부족했다. 안치홍도 어필할 장점이 있다. 올시즌 타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장타력을 더했다. 경쟁자들 중 장타력은 으뜸이다. 하지만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으는 국제대회 특성상 다른 포지션에도 장타를 날려줄 선수들은 많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예비엔트리 탈락으로 인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지만, 야구가 '멘탈게임'인 만큼 하루 빨리 아픔을 털어내야 한다. 안치홍은 야구인들에게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성실성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흔들리지 말고, 자기 갈 길을 걸어가야 한다.
혹시 또 모를 일이다. 기존 선수 중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부진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대체선수로 막차를 탈 확률도 남아있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대체선수로 병역 혜택까지 받은 선수는 3명(정성훈, 윤석민, 임태훈)이나 된다. 물론 전제조건은 꾸준한 활약과 건강이다. 지금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