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박병호, 2루수 서건창, 3루수 김민성, 유격수 강정호. 골든글러브 라인업같은 넥센 히어로즈 내야 라인업이다. 4명의 선수 모두 올 시즌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 수준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포지션 최강자들이다. 뛰어난 공격력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췄다. 이들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히어로즈 팬이라면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기술위원회를 열고 37명의 2차 예비 엔트리를 발표했다. 1차 명단 60명에서 24명이 빠졌고, 부상에서 돌아온 KIA 타이거즈 김주찬이 들어갔다. 물론, 9개 구단의 간판 선수 대다수가 포함됐다. 1차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병호와 서건창 김민성 강정호는 2차 명단에도 포함됐다.
일단, 박병호와 강정호의 대표 선발은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최근 2년 간 홈런-타점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지난 주말 시즌 30호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 마해영에 이어 사상 4번째 3년 연속 30홈런. 최근 타격감이 다소 처져있지만 박병호만큼 확실한 홈런타자는 없다. 14일 현재 타율 2할9푼-30홈런-62타점. 대표팀에 대한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박병호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탈락하자 진한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대표팀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강정호는 시즌 중반 가장 '핫'한 타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타율 3할3푼7리의 정확성에 26홈런, 73타점으로 막강 화력을 쏟아내고 있다. 포지션 경쟁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
풀타임 3년차인 서건창은 올 해 최고의 2루수, 최고의 1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타율 3할6푼4리(343타수 125안타)-5홈런-45타점에 32도루. 정교한 타격, 건실한 수비, 빠른발을 겸비했다. 1번 타자로서 최상의 스펙이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김민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 컨디션 저하로 주춤했던 그는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에 타율 3할6푼7리-3홈런-16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김민성은 7월들어 타율 3할7푼-1홈런-10타점을 기록했다. 히어로즈 내야수 4명 중 유일하게 병역 미필자다. 2012년 시즌이 끝나고 군 입대를 고민했던 김민성은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염두에 두고 시기를 늦췄다. 확실하게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민성은 공수 모두 좋지만 2루수에 유격수까지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엔트리는 24명. 프로 1군 엔트리보다 2명이 적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포지션 경쟁자들이 쟁쟁하다.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은 타율 3할2푼9리-6홈런-44타점-12도루, 박석민은 3할2푼6리-19홈런-5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황재균과 박석민이 나란히 실책 8개를 기록했는데, 김민성은 6개다.
히어로즈 내야 라인업 전체가 대표팀에 입성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한편,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 마감은 8월 15일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