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펜싱감독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싸고 스포츠계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부가 체육계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던 중에 들려온 비보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4대악 합동수사반의 조사를 받던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 감독이 목숨을 끊었다. 선수단 훈련비와 운영비를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내 문체부 4대악 합동수사반 앞에 펜싱인들이 결집했다. '대한민국 펜싱을 사랑하는 펜싱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 감독 죽음에 대한 펜싱인들의 입장
강동옥 전북펜싱협회 부회장, 이정복 대한펜싱협회 심판위원장(호원대 펜싱팀 감독), 김영호 로러스엔터프라이즈 감독(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 호소문을 발표했다. 서 감독이 문체부의 과잉, 강압적 표적수사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호소문에 따르면, 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전국체전에서 전북 대표로 출전하며 받은 지원금 및 포상금 유용 혐의로 경기지방 경찰청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6개월후인 올해 4월15일 '업무상 횡령혐의에 대해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어 내사를 종결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지난 5월 문체부 산하 4대악 신고센터 및 검경 TF 합동수사반이 발족한 이후 이부분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다. 펜싱인들은 경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을 재조사하며 서 감독을 압박한 부분을 지적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문체부의 압력속에 국민체육진흥공단 자체 감사를 수차례 받으며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내사가 재개되며 심적 부담과 고통속에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홀로 싸워야하는 과정에서 심신이 피폐해졌고, 40년간 지켜온 펜싱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목숨을 끊는 극한의 결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펜싱인들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문체부의 개혁 노력이 오히려 체육계의 불신을 키우고, 온갖 투서가 난무하고 '중상모략'의 창구로 활용되면서 체육계 파벌싸움을 노골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규정했다. 파벌싸움 속에 목숨을 끊은 서 감독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 감독 죽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
이날 현장에는 신희섭 국민체육공단 홍보실장과 문체부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신 실장은 "공단이 수차례 감사를 통해 서 감독을 압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한번도 이 문제에 대해 자체 감사한 적이 없다"고 정정을 요구했다. 김영호 감독이 "그 부분은 잘못 전달된 것같다"고 바로잡았다.
문체부 역시 즉각 대응했다. 펜싱인들의 기자회견 직후 '4대악 신고센터' 2층에서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내사 종결된 사건의 재조사'라는 펜싱인들의 주장에 대해 "경찰이 내사한 사실을 몰랐고, 독자적인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속적인 강압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9일 서 감독을 처음으로 불러 2~3시간 정도 조사했다. 무리한 수사나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12일 전북체육회 조사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서 감독을 통해 지급된 훈련비와 지원비 2억여원에 대한 영수증과 정산 내역이 전북체육회에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날 오후 전북체육회가 혐의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매년 3000만원에 해당하는 지원비의 용처가 7년간 누락된 점이 문제가 됐다는 주장이다. 전북체육회 조사가 끝난 12일 오후 6시경 서 감독이 목숨을 끊었다. .
문체부는 서 감독의 죽음에 당혹감과 비통함을 표하면서도 체육계 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