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국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직 꿈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승리를 원하고, 준비는 끝났다.'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남긴 그의 글이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였다. 그러나 눈물이었다. 메시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28년 만의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노렸지만 '전차군단'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0대1로 패했다. 연장 후반 9분 마리오 괴체가 결승골을 터트렸다.
메시는 생애 첫 월드컵 우승 기회를 날렸다. 브라질이 세 번째 월드컵 도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뛰어 넘을 마지막 관문이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5골을 터트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선 전경기에 출전하며 준우승을 연출했다.
메시의 시대였다. 메시는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에서 10시즌 동안 정규리그 276경기에서 243골(평균 0.88골)을 터뜨렸다. 지구촌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를 4년 연속 수상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프리메라리가 4년 연속 득점왕 등 공격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
하지만 월드컵만큼은 한이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8경기에 출전, 단 1골에 그쳤다. 2006년 독일월드컵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 5-0으로 앞선 후반 43분에 넣은 1골이 월드컵 골 기록의 전부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독일과의 8강전에서 0대4로 대패해 탈락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다행히 브라질이 전환점이었다. 1차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후반 20분 환상적인 드리블로 첫 골을 만들어낸 메시는 2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기적같은 왼발슛으로 '질식수비'를 펼치던 이란의 골문을 열었다.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선 멀티골을 터뜨렸다. 스위스와의 16강전에서도 '황금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경기 연속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는 공격포인트 행진은 멈췄다. 그래도 이름값을 했다. 전반 8분 곤살로 이과인의 결승골은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된 작품이었다. 중원을 헤집은 메시가 디 마리아에게 볼을 연결했고, 디 마리아의 패스가 수비수 맞고 굴절돼 이과인에게 향했다. 이과인은 볼의 흐름에 오른발을 맡겼다. 지체하지않고 발리슛으로 화답, 골망을 흔들었다.
4강전에서 네덜란드를 넘은 메시는 독일과 맞닥뜨렸다. 전매특허인 폭발적인 드리블은 여전했다. 그러나 전반에만 그랬다. 후반 초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후 고요했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고 연장 후반 종료직전 마지막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이었다. 그러나 그의 왼발을 떠난 볼은 골문이 아닌 허공을 갈랐다.
메시의 월드컵 우승 꿈은 또 무산됐다. '마라도나의 재림'도 미완성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