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몬테네그로 대표출신 필리프 카사리카(26·이하 카사)의 K-리그 클래식 데뷔전, '절반의 성공'이었다.
카사는 1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5라운드에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했다.
새 리그, 새 팀에서 3일간 훈련한 것 치고는 호평을 받았다. 활동량은 합격점이었다. 이재원과 투톱으로 최전방을 지킨 카사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포항 수비수를 흔들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포스트플레이도 괜찮은 모습이었다. 이날 조민국 울산 감독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조 감독은 "카사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90분 동안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이어 "환경에 적응하고 경기를 나서다 보면 감각이 더 살아날 것"고 덧붙였다.
이날 카사가 날린 슈팅은 총 네 개였다. 골문으로 향한 것은 두 개였다. 아쉬운 유효슈팅은 전반 32분에 연출됐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이 용의 크로스가 이재원의 발에 맞은 뒤 카사의 몸에 맞고 흘렀다. 카사는 곧바로 터닝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하지만 카사의 개인 능력만으로 울산의 공격력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사의 시너지 효과가 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미드필더의 지원이다. 김선민 김성환 백지훈 서용덕 등 미드필더들이 카사에게 연결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전방패스가 필요하다. 조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공격 전환 시 횡패스와 백패스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조건은 '고공 포격기' 김신욱의 부상 복귀다. 김신욱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오른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으로 클래식 세 경기 연속 결장했다. 회복과 출전까지는 1주일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사가 김신욱과 같이 투입될 경우 활동 반경과 골결정력이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신욱과 경쟁하기 위해선 최소 상대 수비수 두 명이 압박을 해줘야 한다. 2선 공격수로 나설 수 있는 카사는 상대의 빈 공간을 침투할 기회가 잦아진다. 그만큼 슈팅과 득점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마지막 조건은 측면 부활이다. 좌우 풀백인 김영삼과 이 용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김선민과 박용지의 날카로운 돌파가 필요하다. 조 감독은 "측면이 살아나지 않으면 김신욱과 카사를 함께 넣더라도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