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이 특별한 다짐을 했다. "더이상 퇴장은 없다"다.
박 감독은 12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전남과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서 벤치에 복귀한다. 박 감독이 상주의 벤치에 다시 앉는 건 지난 4월 9일 열린 FC서울과의 클래식 7라운드 이후 3개월여 만이다. 그는 서울전에서 주심의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받았다. 그러나 항의를 계속하다 경기를 지연시켰고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퇴장 징계 2경기까지 더해 총 7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처음이 아니다. 지난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도 퇴장 및 항의로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2년 동안 총 14경기를 벤치에 앉지 못했다.
이제는 벤치가 그리울만도 하다. 그러나 박 감독은 여전히 걱정이 많다. 스스로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억울한 판정이 나오게 되면 또 다시 격정적인 항의를 할까봐 조심스럽다.
이에 박 감독은 항의를 자제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 중이다. 그는 "경기 중에 판정이 이상하면 바로 옆에 있는 대기심에게 항의를 하게 된다. 눈에 보이니깐 그런가보다. 아예 대기심이 보이지 않게 벤치 반대쪽 끝자리에 앉아볼까 생각중"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박 감독의 다짐을 듣던 주변의 지인들은 미심쩍은 눈길을 보냈다. 박 감독을 보좌하는 이영익 수석코치는 고개까지 저었다. 이 코치는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감독님은 또 벤치에서 뛰어 나가실 것이다"라며 "감독님이 워낙 성격이 급하셔서…"라며 박 감독의 다짐을 믿지 않았다. 상주 구단의 한 직원도 "감독님께서 벤치에서 뛰어 나가시는 속도가 워낙 빨라 잡을 수가 없다. 코치님들이 양쪽에서 항상 대기하시고 계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치와 구단 직원의 공격(?)에 웃음을 보이던 박 감독이 재차 응수햇다. "그럼 벤치에서 수갑이라도 차고 있을까? 손을 벤치에 묶어서 못나가게 하면 되잖아."
농담섞인 대화였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거친 항의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박 감독의 의지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감독은 "이제 더 퇴장 당하면 안된다.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12일 상주시민운동장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박 감독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