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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과 논란에 당당히 맞선 홍명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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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이 끝났습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없이 물러납니다."

마지막까지 홍명보 다웠다. 고개를 숙일 것은 숙였고, 밝힐 것은 당당히 밝혔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 악의적인 의혹 등이 그를 흔들었지만, 주어진 30여분간의 마지막 기자회견, 그는 가장 홍명보스러운 모습으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이 예정된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퇴 보도가 나온 후라 엄청난 보도진이 모였다. 플래쉬 세례가 쏟아졌다. 홍 감독의 첫 마디는 '사과'였다. 성적 부진으로 성원해 준 팬들과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남 탓은 없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결국 내 책임이다"였다.

엔트리 선발 과정과 월드컵에서의 부진, 땅매입과 동영상 논란까지. 홍 감독은 피해가지 않았다. 당당히 의혹에 맞섰다. 그는 기자회견 중간 "오늘이 마지막인만큼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있었으면 모두 편안하게 질문하셔도 된다"고 했다. 홍 감독은 '의리 선발'에 대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세상 어떤 사람이 월드컵에 좋아하는 선수라는 이유로 데려갈 수 있나. 철저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100%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사생활 문제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사과할 것은 사과했다. 벨기에전 후 선수들과 음주가무를 즐긴 동영상이 공개돼 문제가 되자 "벨기에전이 끝나고 이과수 캠프로 돌아왔고 우리 선수들에게 이과수 폭포를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감독님께 짐을 지어주기 싫다고 해서 안갔고, 당시 사퇴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생각이 깊었고 그 부분을 위로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축구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다. 24년간 한국축구를 지킨 모습대로 였다. 때로는 쓴소리로, 때로는 애정어린 조언을 보냈다.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있어 내가 실패했던 부분들에 대해 모두 정리해 협회에 남길 것이다"고 했다. 유럽파와 국내파와의 간극에 대한 부분은 한국축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홍 감독은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못했던 가장 노릇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감독직에 대해서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선수도, 코치도, 감독도 했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다른 재능이 있을 것이다. 물론 축구에 관한 일이다. 그동안 해왔던 사회활동도 해야 하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줘야 한다. 여담이지만 미국대통령 중 재임기간동안 가장 못했던 분이 지미 카터였다. 하지만 임기 이후에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많은 업적을 이뤘다. 24년간 최선을 다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인사에서 "이제 많은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없는데 오늘 좀 더 많이 받고 떠나겠다.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다시 공부하겠다. 다시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떠나는 그는 오랜 시간 머리를 숙였다. 아쉬움과 고마움의 표시였을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