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미쳐야 잘한다.
'성남의 미래' 황의조(22)가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 미쳐 살았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황의조의 잠재력을 높게 산 방과후 축구교실 코치가 축구선수의 길을 열어줬다. 평소 황의조가 활발한 것을 좋아했던 부모님은 큰 반대를 하지 않았다.
용인초에서 축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황의조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큰 즐거움은 단체생활이었다. 그는 "테스트를 받는 첫 날부터 합숙소에서 잔다고 자청했다. 그 정도로 축구 자체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09년 평탄했던 그의 축구인생에 첫 번째 시련이 닥쳤다.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을 앞두고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다. 이종호(전남) 윤일록(서울) 손흥민(레버쿠젠) 등 동급생들과의 스트라이커 경쟁에서 밀렸다. 똑같은 시련은 4년 뒤 다시 한 번 찾아왔다. 20세 이하 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꾸준히 소집 훈련에는 참가했지만,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서 미끄러졌다. 이번엔 프랑스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용재(프랑스 레드스타)가 가세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모두 이광종 아시안게임 감독이 이끌던 팀이었다. 그는 "감독님 탓은 안했다. 내가 부족했다고 느꼈다. 파워와 스피드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졌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종호와 흥민이는 일찍 프로에 진출했다. 친구들이지만, 그들을 보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악물었다. 황의조는 풍생고와 연세대 시절 웨이트훈련으로 단점을 지워나갔다. 힘이 생기자 자신감이 붙었다.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스피드도 좋아지고, 슈팅도 강해졌다. 시련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지난 시즌 성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하자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안익수 전 성남 감독 덕분이다. 황의조는 "정신력, 성실함, 몸 관리, 수비적인 부분에 대해 안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자세히 알아가다보니 축구가 하면 할수록 어렵다. 수준도 높아지고, 잘하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프로 2년차다. 황의조는 이번 시즌 초반 발목 부상을 털고 후반기 첫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6일 울산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37분 동점골을 넣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K-리그 대세남'이 된 '슈퍼세이브' 김승규를 뚫었다. 황의조는 "월드컵 휴식기간 연습경기때부터 감각이 올라왔다.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에 주춤할 뻔했지만, 계속 찾아온 찬스에서 좋은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두 경기 연속골로 상승세를 탔다. 9일 인천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6분 교체투입돼 동점골을 쏘아올렸다.
황의조의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두 가지 목표가 설정돼 있다. 아시안게임대표팀 발탁과 성남의 주전 확보다. 이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전 확보다. 그는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발탁되기 위해선 소속팀에서 먼저 기량을 보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주전으로 뛰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교체로도 제 몫만 충분히 하면 주전의 기회는 언제든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