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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기 16K 오타니, 고졸 2년차 괴물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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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2년차 우투좌타, 투수 겸 야수. 지난 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고민하다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오타니 쇼헤이(20)는 첫 해부터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투수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야수를 겸하겠다고 선언했다. 니혼햄 구단도 이를 수용했고, 투수로 나섰다가 외야수 포지션으로 이동한 적도 있다. 팀의 대선배인 재일교포 야구인 장 훈씨 등 많은 전문가들이 투수에 전념해야한다고 조언했으나, 오타니는 자신이 정한 길을 걸어갔다.

지난 해 13경기에 등판한 오타니는 11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다. 또 타자로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8리, 3홈런, 20타점, 14득점, 4도루를 마크했다. 고졸 루키 기준으로 보면 대단한 활약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명성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으로 볼 수도 있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지난 겨울 오타니 육성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올 해는 투수쪽에 중심을 두겠다고 했다.

스무살 오타니가 괴물투수의 본색을 드러냈다. 9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에서 삼진 16개를 잡았다. 그는 9회말 2사에서 마지막 타자를 시속 159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는 니혼햄 출신 선배 다르빗슈 유도 9이닝 15탈삼진이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오타니가 프로 2년차에 다르빗슈를 넘어선 셈이다.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1994년 7월 5일 생인 오타니가 1968년의 에나스 유타카(한신 타이거즈)를 넘어 최연소 한 경기 16탈삼진을 기록했다고 썼다.

니혼햄은 오타니의 9이닝 1실점 역투를 앞세워 2대1로 이겼다. 오타니는 6연승을 달리며 시즌 8승째를 신고했다. 오타니는 이날 150km대 후반의 직구와 두 종류의 포크볼을 주무기로 매이닝 삼진을 잡았다. 첫 해에 1점을 내준 이후 완벽투를 이어갔다. 5회말 1사부터 7회말 1사까지 여섯 타자를 연속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전날 16안타에 12점을 뽑은 라쿠텐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라쿠텐의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 앤드류 존스는 오타니와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경기 당일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고, 불펜투수가 없어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8승1패, 평균자책점 2.35, 탈삼진 111개.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퍼시픽리그 공동 3위, 탈삼진은 2위다. 또 타자로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5리, 5홈런, 20타점, 18득점을 기록했다.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찬스에서 강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3할9푼5리다.

이날 경기장에는 트로이 힐먼 전 니혼햄 감독이 뉴욕 양키스 육성담당특별보좌역 타이틀을 달고 방문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뉴욕 양키스 스피드건에 찍힌 오타니의 최고 구속은 100마일(약 161km)이었다.

20세의 오타니가 괴물투수의 영역에 접어든 것 같다. 대형 신인투수가 나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일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