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안스.
김승규(24·울산)가 세계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최종전, 벼랑 끝에 선 팀을 지키기 위해 골문 앞에 섰다.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하늘을 쳐다보고 양손을 모으며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휘슬이 울린 뒤에는 180도 돌변했다. '원조 붉은악마' 벨기에의 파상공세에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반 결승골을 내주면서 무실점 데뷔는 이루지 못했다. "한 경기만 더 하고 싶었다"며 그라운드에 주저 않아 눈물을 흘린 김승규를 향해 모두가 박수를 쳤다. K-리그 클래식이 세계에 내놓은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온 국내 무대에서도 김승규는 펄펄 날았다. 지난 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팀의 1대1 무승부를 지켰다. 후반 동점골을 내준 게 아쉽긴 했지만, 골문을 향한 7차례 슈팅 중 6개를 걷어내면서 월드컵에서 진일보한 기량을 국내 팬들 앞에서 선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신들린 선방을 보여줬다'며 9일 김승규를 클래식 13라운드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13라운드 주간 베스트11에는 김승규를 비롯해 이동국 한교원 최철순(이상 전북) 하태균 유지훈(이상 상주) 몰리나 오스마르(이상 서울) 이보(인천) 알렉스(제주) 이종호(전남)가 포함됐다. 전남과 서울이 2대2로 비긴 경기는 13라운드 위클리 매치로 뽑혔다.
한편, 강원 이적 후 첫 선발이었던 지난 5일 대전전에서 마수걸이포를 쏘아 올린 알렉스는 챌린지 17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프로연맹은 '이적 후 첫 경기서 팀 공격을 이끌며 골까지 뽑아내는 등 해결사 본능을 과시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