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선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게만 쏠려있다. 메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4골-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골든부트(득점왕) 랭킹 3위에 올라있다.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4경기 연속 '맨오브더매치(MOM·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왼발 드리블로 수비수를 벗겨낸 뒤 때리는 슈팅은 막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조별리그에서 밀집 수비를 펼쳤던 이란 마저도 경기 종료 직전 메시의 왼발 슈팅에 무너졌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공격의 시작이자 끝이다. 아르헨티나가 넣은 전체 골(8골)의 62.5%를 메시가 책임졌다.
메시에 대한 관심은 4강에 올라오면서 더욱 커졌다. 다른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월드컵 무대를 떠났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팀의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일찍 짐을 쌌다. 네이마르(브라질)는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허리를 다치며 월드컵에서 사실상 아웃됐다. 메시만큼 실력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선수는 없다.
메시 쏠림 현상은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팀들의 기자회견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상대팀 감독들에게 날아오는 질문 가운데 꼭 있는 것이 '메시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다. 그만큼 모든 이슈를 메시가 다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등장했다. 파트리크 클라위베르트 네덜란드 코치다.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클라위베르트 코치는 6일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네덜란드는 4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한다. 역시 '메시를 막을 방법'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클라위베르트 코치는 "메시를 어떻게 막겠나"고 수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럼 아르헨티나는 아르연 로번을 어떻게 막을텐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메시는 특별한 선수지만 우리에게는 로번이 있다.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무기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클라위베르트 코치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다. 로번 역시 메시 못지않게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3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6월 13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로번은 폭발적인 드리블로 팀의 5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 순간 로번의 스피드는 시속 37㎞. 역대 월드컵 최고 속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로번은 매 경기 오른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괴롭힌다. 팀 동료들의 지원도 든든하다. 원톱 로빈 판 페르시는 3골을 기록 중이다.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와 멤피스 데파이 역시 로번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둘은 10일 맞닥뜨린다. 둘의 활약에 승패가 갈린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