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마운드, 특히 불펜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두 팀 모두 확실한 필승조가 없다. SK의 경우 마무리 박희수가 부상으로 제외돼 있는 상황에서 박정배 윤길현 진해수 등이 주축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씻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한화는 시즌 내내 붙박이 마무리 없이 불펜을 운영하다 최근 윤규진을 마무리로 중용했으나, 그 역시 어깨 부상을 입고 2군으로 내려갔다.
SK와 한화는 올시즌 똑같이 24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9개팀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반면 역전승은 한화가 14번, SK가 12번으로 각각 이 부문 8,9위에 처져 있다. 그만큼 경기 중반 이후 경기력이 두 팀 모두 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최근 경기를 들여다봐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5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SK는 8회까지 7-5로 앞섰으나, 9회말 박정배가 3점을 내주는 바람에 7대8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1사 만루서 김대유의 끝내기 폭투가 나오면서 결승점을 내줬다.
문제는 박희수의 복귀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피칭 훈련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박희수는 왼쪽 어깨 염증으로 지난달 15일 1군에서 제외됐다. 당시 이만수 감독은 "2주 정도 쉬어야 한다"면서 "현재 불펜에 박희수를 대신할 투수가 없다.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잘 던지는 투수가 길게 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박희수가 돌아올 때까지 박정배 윤길현 진해수 등 주축 불펜투수들이 상황에 따라 등판해 마무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지난 겨울 선발 에이스인 김광현을 마무리로 쓸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박희수를 셋업맨으로 돌리고 김광현을 마무리로 활용하면 불펜진이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데뷔 이후 줄곧 선발로만 던진 김광현을 마무리로 돌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박희수를 계속해서 마무리로 쓰게 됐다.
한화도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지난 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3으로 앞선 8회말 안영명이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2실점하는 바람에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당시 선발 이태양이 6⅔이닝 10안타 3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연패를 끊으려 했으나, 불펜이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한화도 SK와 마찬가지로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마무리를 투입하고 있다. 안영명 윤근영 박정진 등이 불펜의 핵심 멤버들이다. 최근에는 김혁민이 가세했고, 선발 요원인 앨버스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래도 가장 믿을만한 불펜투수는 윤규진이다. 올시즌 25경기에서 3승, 2홀드, 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중인 윤규진은 어깨 근육통으로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한화는 4~7일까지 휴식기라 당장 던지기 힘든 윤규진을 굳이 1군 엔트리에 포함시킬 이유는 없었다.
최근 똑같이 5연패를 당한 두 팀의 고민은 비단 불펜만은 아니다. 그러나 불펜이 안정을 찾지 않고서는 8,9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