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도 월드컵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알제리, 벨기에와 함께 H조에 속한 러시아는 불안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비난의 화살이 대표팀에 쏟아졌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 대한 비난은 원색적이다. 카펠로 감독은 669만3750파운드(약 114억4000만원)를 받아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감독들 가운데 최고 연봉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전술을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러시아 의회가 앞장서서 카펠로 감독을 성토하고 있다.
올레그 파콜코프 의원은 "카펠로 감독은 수치스러운 패배의 대가로 받은 돈의 최소한 절반이라도 내놔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카펠로 감독은 단지 괜찮은 돈벌이라서 감독을 맡기로 했고, 은퇴를 대비해 돈을 쓸어담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극우파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의원도 "카펠로 감독은 탐욕스럽기 때문에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것도 안 한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는 건 꽤 짭짤한 일이다. 러시아는 졌는데 그의 수입은 그대로다. 카펠로는 감독은 도둑놈이다. 학교 선생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라도 그를 좋아하기는 어렵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청문회까지 열 예정이다. 러시아 통신사 이타르타스는 3일(한국시각) 러시아 대표팀이 10월 그간의 행보를 검증 받는 청문회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하원 체육, 청소년 문제 위원회 위원장 이고리 아난스키흐는 "브라질월드컵에서 러시아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다. 러시아는 최근 10~15년 사이 약체로 전락했다"며 "오는 10월 3일 이번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성적을 평가하고, 2018 자국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특별 청문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청문회를 통해 "카펠로 감독이 어떻게 대표팀의 실력을 키울 계획인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의회의 분위기와 달리 카펠로 감독의 입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월드컵의 개최국인 러시아는 이미 카펠로 감독에 대한 유임 의사를 밝혔다.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도 카펠로를 지지하고 있다. 계약상의 문제도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협회와 카펠로 감독의 계약에 일방적 해지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있다'며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상대방에게 2500만 달러(약 252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계약 해지 위약금은 유럽 지역 예선 통과 전에는 500만달러(약 50억원)였지만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후 대거 뛴 것으로 전해졌다. 카펠로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년까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