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가 1개 오픈하면 주변 소규모 동네 슈퍼마켓이 22개, 재래시장의 식료품 소매점 20개가 문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낙일 서울시립대 교수 등 2명은 3일 한국은행 계간지 '경제분석' 최근호에 실린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진입과 소매업종별 사업체 수의 변화'란 논문을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성낙일 교수 등은 2000∼2011년 대형 할인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개점 시점과 시군구별 소매업 사업체수의 변화와 인구, 지역소득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인과 관계를 회귀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대형 할인마트 1개가 추가로 문을 열면 지역내 소규모 슈퍼마켓은 22.03개, 재래시장으로 상징되는 식료품 소매점은 20.1개, 전체 소매업 사업체는 83.3개의 감소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지역 내 소규모 슈퍼마켓의 5.3%, 식료품 소매점의 4.5%가량이 문을 닫는 셈이다. 심지어 대형 할인마트가 자리를 잡는 5년 후에는 소규모 슈퍼마켓은 평균 18.6%, 식료품 소매점은 평균 12.6%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성낙일 교수는 논문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의해 골목상권이 잠식당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뒷받침한다. 식료품 소매점에 대한 음의 추정 계수 값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본격화한 2008∼2009년을 정점으로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그동안의 선행 연구는 특정 지역에 한정되거나 설문조사 형식이어서 대표성이 부족했다. 이 논문은 전국 단위의 실증 분석을 통해 대형 할인마트나 SSM의 골목상권에 대한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SSM도 점포가 한1개 늘어날 때 소규모 슈퍼마켓은 6.84개, 식료품 소매점은 8.09개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는 식료품 소매점에 미친 부정적 효과가 서울과 광역시 등 7개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크게 나타났고, SSM은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7개 대도시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