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출전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넥센 히어로즈의 김동수 배터리 코치가 평소에 주전 포수 허도환(30)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김 코치의 이 주문에는 풀타임 3년차 허도환에 대한 격려와 질책의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
히어로즈의 올 시즌 포수 상황을 보자. 히어로즈는 시즌 전부터 포수 포지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전 허도환과 백업 박동원의 경기력 차이가 크고, 경험이 부족하며, 공격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팀의 주축 포수에 비해 지명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포수를 육성하려면 기본 자질이 있는 선수가 있어야겠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트레이드를 통한 포수 보강 또한 쉽지 않다. 최근 몇년 간 포수 기근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한 대다수 구단이 포수가 없다며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도환이 안방을 이끌고, 박동원이 뒤를 받치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허도환의 부담을 덜고, 포수 강화 차원에서 포수 경험이 있는 외국인 외야수 비니 로티노를 영입했다. 로티노는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 등판 경기에 포수로 나서고 있다. 포수 로티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허도환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한편으로는 자극을 주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말이다.
염경엽 감독은 포수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허도환은 아쉬운 면도 있지만,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약점보다 강점을 살리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수 코치는 허도환이 블로킹 등 수비능력이 좋아졌지만, 2루 송구 능력이 아쉬울 때가 있다고 했다. 또 투수 리드, 볼배합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편차가 있다고 했다.
허도환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유쾌한 선수다. 이런 면이 투수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김 코치는 포수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포수 육성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김 코치는 "롯데 강민호도 아직까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SK 정상호도 시간이 걸렸고, 2006년에 입단한 이재원이 지금 빛을 보고 있다. 허도환은 주전포수로 풀타임 3년차에 불과하다. 포수는 세밀한 부문에서 강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허도환에게 타율 2할8푼을 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했다.
허도환은 올 시즌에 팀이 치른 71경기 중 68게임에 출전했다. 팀 상황을 보면 당분간 주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보다 조금 더 성장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단지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본인이나 팀에 도움이 안 된다.
허도환은 2일 현재 타율 2할3푼1리, 2홈런,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7월 1일과 2일 열린 롯데전에서 홈런 1개와 2타점을 때리며 연승에 기여했다.
허도환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1군 무대를 경험했으나 방출됐다. 그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신고선수로 히어로즈에 입성해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2012년에는 올스타전 베스트 10에 뽑혀 웨스턴리그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