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앨범을 발표할때마다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변신의 콘셉트는 팀이 처한 상황이나 활동 당시의 트렌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남성 5인조 히스토리(HISTORY)가 3번째 미니앨범 '디자이어(DESIRE)'에서 선택한 섹시한 남성미는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아이유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데뷔곡 '드리머(DREAMER)'를 시작으로 8월에 발표한 '열대야', 11월에 공개한 '난 너한테 뭐야'까지 주로 댄디한 이미지를 강조한만큼 이쯤에서 남성미를 선보이는 것이 팬층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
멤버들 역시 "이번에는 더 남성적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퍼포먼스 역시 보다 화려해 졌다"며 "이를 위해 지난 7개월 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드는데 열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멤버들은 아침에는 사과, 점심에는 고구마와 닭가슴살 그리고 저녁에는 고구마와 채소, 계란만을 먹으며 근육질 몸매로 거듭났다.
아이돌이 남성미를 강조할 때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가죽 의상. 히스토리 역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죽 의상을 입었는데 뮤직비디오를 찍을때는 안무가 너무 격렬해 가죽 바지가 세차례나 찢어졌다.
히스토리는 "가죽 의상이 멋있어 보이기는 한데 막상 입고 춤을 춰보면 땀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다. 땀띠야 말로 카리스마 아이돌의 훈장 같은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히스토리의 네번째 타이틀곡은 '싸이코(Psycho)'. 팝적인 멜로디 구성에 일렉트로닉 요소를 가미한 곡으로 사랑에 미쳐버린 남자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극적으로 표현한 노랫말과 히스토리 멤버들의 보컬이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인다.
리더 송경일은 "가이드 버전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안무가 완성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히스토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뮤직비디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젠틀맨', 엑소의 '늑대와 미녀' '으르렁' 등을 연출했던 프로듀서 조수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멤버들은 각각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뒤에서 훔쳐보거나 쫓아다니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소심한 모습부터 병적으로 집착하거나 극단적으로 분노하는 모습까지 사랑에 미친 남자의 다면적인 자아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또 이번 미니앨범에는 멤버 장이정이 작사, 작곡한 '블루 문(Blue Moon)'을 비롯해 래퍼 김시형이 랩 메이킹을 도맡아 하는 등 짧지 않았던 공백기 동안 실력적으로도 성장을 거듭했음을 증명했다.
히스토리는 대형 기획사 중 하나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이란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인기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한다. 멤버들은 "그동안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 봤다. 결론은 무대 위에서 제대로 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싸이코' 무대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무대에서의 표정 뿐만 아니라 몸 동작 하나까지 진정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만큼 히스토리 멤버들의 팀워크는 끈끈하기 그지 없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치는데는 우리가 최고다. 앞으로 뭘 해도 쓰러지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을 멤버들이 갖고 있다."
올해 히스토리의 목표는 팬 확대와 소극장 공연. 멤버들은 "현재 팬클럽이 약 7000명 정도인데 연말까지 3만명으로 늘리는게 목표다. 또 같은 소속사인 아이유 선배가 최근에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을 봤는데 우리도 꼭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그렇게 되면 연말 시상식 무대에서 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