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황당한 루머, 하지만 인터넷 상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선수 본인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애써 웃었지만, 이미 그는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나성범은 최근 부정배트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진은 4개 구장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배트가 있나 검사를 했다. 시즌 중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불시 검사였다.
그런데 이 불똥이 나성범에게 튀었다. 공교롭게도 배트 검사가 있던 이날 롯데전을 기점으로 나성범을 비롯한 NC 타자들의 타격감이 바닥을 쳤다. 마산구장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배트가 나왔다는 보도에 네티즌들은 나성범과 NC 타자들에 대한 의심을 쏟아냈다.
댓글에서 한 마디 한 마디 말이 모이자, 소문이 마치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극심한 부진에 빠진 나성범에게 모든 화살이 몰렸다. NC가 연패에 빠지고, 나성범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부정배트'가 언급됐다. 포털사이트에 연관검색어로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마산구장에서 심판진이 사진을 찍어 KBO에 보낸 배트는 나성범의 것이 아니었다. NC 타자도 아니고, 롯데의 한 벤치멤버의 방망이였다. 그것 또한 부정배트가 발각된 것이 아니라, 도료가 진하게 칠해진 배트를 발견한 것이었다. KBO는 제조사에 주의 조치를 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문에 선수만 피해를 봤다. 평소 인터넷을 잘 하지 않는 그도 주변에서 부정배트에 대한 말이 계속 나오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멘탈이 강하다고 평가받던 나성범이 흔들렸다.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자, 될 일도 안 됐다. 그렇게 슬럼프는 깊어졌다.
사실 나성범의 타격감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수시로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리기에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고 말을 한다. 나성범은 6월 중순까지 한창 상승세를 탔고, 타격감이 떨어질 시기가 오고 있었다.
또한 18일 롯데전에서 타구에 오른 발목을 맞아 경기 도중 교체됐다. 웬만해서 아프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 그도 힘들어할 정도로 통증이 컸다. 힘들어하는 나성범을 보고 김경문 감독은 이날 직접 교체를 지시했다. 나성범의 부진에는 타격감 저하와 타구에 발목을 맞는 부상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18일부터 20일 삼성전까지 1안타씩만 기록한 나성범은 이후 6경기에서 22타수 1안타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이 기간 인터넷상에서는 계속 해서 나성범에게 부정배트 의혹을 제기했고, 나성범은 혼자 속앓이를 해야 했다.
평소 혼자 이겨내려 하는 성격 탓에 속시원히 해명도 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2일 SK와의 홈경기에 앞서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나성범은 부정배트 의혹에 대해 "그냥 신경을 안 쓰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하더라"며 "참 황당했다. 배트를 쪼개서 보여드릴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그래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경험이 없어서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게 부족하다.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안 맞는다고 기 죽지 말고 생각부터 다르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광림 타격코치는 생각이 많아진 나성범에게 "그냥 생각 없이 해라"라고만 주문했다. 이미 머릿속이 복잡한 걸 알고 있으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나성범은 지난 29일 부산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로 그동안의 침묵을 깼다. 물론 아직 완전히 타격감이 돌아온 건 아니다. 그래도 그는 당당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지만,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