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선수가 미국에 진출해서 성공하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 박찬호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등 FA 대박까지 터뜨린 경우는 거의 없다.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가 결국엔 한국으로 돌아온 예가 많다.
다시한번 한국의 유망주가 메이저리그를 두드린다. 야탑고의 유격수 박효준(18)이 한국 아마추어 선수로는 처음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게 됐다.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2010년)에 이어 두번째로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되는 것. 고등학생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지난 2011년 3월 야탑고의 포수 김성민이 오클랜드와 계약한 이후 3년만이다.
박효준은 1m84, 76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우투좌타의 유격수로 기본기가 잘 갖춰져 대성할 가능성을 가진 특급 유망주다. MLB.com이 지난 21일 각구단 스카우트가 주목하는 외국인 아마추어 유망주 30명 중 박효준을 아시아선수 중 유일하게 꼽기도 했다.
우선 지명권을 가졌던 kt 위즈와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 등 국내 팀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지속적인 영입 경쟁을 했지만 결국 양키스가 한국의 유망주를 잡은 것.
박효준의 아버지 박동훈씨(47)는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이 외국선수와 계약이 가능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계약을 할 것"이라며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110만∼120만달러(약 11억1000만∼12억1000만원) 정도의 계약금에 사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키스는 박효준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 유격수인 데릭 지터의 후계자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히며 어린 유망주지만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구단으로부터 통역과 트레이너, 2인 1실의 호텔급 기숙사를 제공받는다. 또 신인들은 대부분 입단하자 마자 루키리그에서 뛰지만 박효준은 싱글A에서 시작한다. 그만큼 유망주지만 루키의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 시즌이 끝난 후에는 구단의 관리 하에 체계적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할 예정이다.
미국에 곧바로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은데다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으로 LA 다저스에 진출한 류현진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국내리그에서 성장한 뒤 해외진출을 해도 된다는 시각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졸 선수의 미국 진출이 반가우면서도 우려도 있는 게 사실.
박씨는 아들 박효준에 대해 "부모인 우리가 봐도 놀랄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다"고 했다. 박씨는 "우리도 국내 구단에서 뛰는 것을 고려했다. 효준이에게 미국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눠봤는데 효준이는 그런 고생도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박효준의 도전 정신을 말했다. 여러 문화가 충돌하는 곳인만큼 사회성은 필수. 박씨는 "야탑고 코치분이 '효준이는 사막에 갖다놔도 굶어죽지 않을 애'라고 하시더라"며 "붙임성도 좋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미국에서도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아들을 응원했다.
양키스는 입단계약을 마친 뒤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