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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결산 '조1위의 위엄과 연장전, 그리고 골키퍼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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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와 미국전을 마지막으로 16강전이 모두 끝났다.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기존 강호들이 탈락하며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 매치업이 나왔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16강전 8경기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나 1위 출신이야', 조별리그 1위국의 위엄

8강에 진출한 팀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조별리그에서 각 조 1위를 차지한 팀이라는 점이다. 16강전은 A조-B조, C조-D조, E조-F조, G조-H조로 나뉘어 각 조 1, 2위가 크로스 토너먼트를 펼쳐 8강 진출팀을 가렸다. A조 1위가 B조 2위와 붙고, B조 1위가 A조 2위와 맞붙는 방식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각 조에서 1위를 차지한 팀들이 모두 승리를 따내며 나란히 8강에 진출했다. 지금의 포맷인 32개국으로 참가팀을 확대시킨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각조 1위팀이 모두 8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변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전 월드컵에서 각 조 1위팀은 심심치 않게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다르다. 조별리그부터 강력한 모습을 보인 팀들이 토너먼트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전술과 체력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는 일회성 돌풍이 아닌 준비된 팀만이 살아남게 됐다.

▶'90분 승부는 없다' 사상 최다 연장전

이제 방심은 금물이다. 이름값에서 떨어져도, 스타가 없어도, 쉬운 팀은 하나도 없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16강전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16강 8경기에서 연장까지 간 것이 무려 5번이나 됐다. 브라질과 코스타리카는 승부차기 끝에 8강에 올랐다. 독일과 아르헨티나, 벨기에는 연장전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 16강전 연장 승부다. 이전까지 최다 기록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으로 총 4차례였다.

그만큼 각 팀들간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평준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일방적인 경기도 없었다. 콜롬비아-우루과이, 프랑스-나이지리아전만이 두골차 승부였다. 이 경기 역시 치고 받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90분 경기였던 네덜란드-멕시코전 역시 경기 종료직전 승부가 결정됐다.

▶'공격수만 주목받는다?' 골키퍼 전성시대

바야흐로 골키퍼 전성시대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공격수 만큼이나 골키퍼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면 끝장인 16강에 돌입하자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날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경기 MOM(Man of the Match)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6강전 8경기에서 나온 8명의 MOM 중 골키퍼가 5명이다. 브라질의 훌리오 세자르,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 코스타리카의 케일리 나바스, 알제리의 라이스 음볼리, 미국의 팀 하워드가 MOM에 선정됐다. 오초아와 음볼리, 하워드는 팀이 진 가운데서도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골이 많이 나고 있다. 새로운 공인구 브라주카의 영향이 크다. 슈팅속도가 이전 볼보다 20% 정도 빨라졌다. 더욱 공격적인 축구로 골키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빨라진 속도로 실수도 나오고 있지만, 탄력과 유연성, 순발력이 좋은 아프리카, 남미, 북중미 골키퍼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6강에서 MOM에 뽑힌 골키퍼들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이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와 반드시 골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간의 모순 대결은 이제 8개국만이 남은 이번 월드컵의 최대 볼거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