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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마무리는 비? 장마철 울고 웃는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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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다가온다. 우천취소나 강우콜드게임이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점차 변하는 우리나라의 기후에 따라, 국지성 호우 특히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기예보도 예측하지 못한 폭우가 경기에 지장을 미칠 때가 많다.

사실 올시즌 초반에는 우천취소 경기가 적었다. 5월에는 우천취소 경기가 한 번도 없었을 정도. 전국적인 비로 4개 구장 모두 취소된 날은 지난 4월 17일이 유일하다.

올해는 금,토,일 3연전 중 우천취소 경기가 나오면 휴식일인 월요일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월요일 경기는 지난 3월 31일 부산 롯데-한화전을 시작으로 지난달 23일 대전 한화-LG전까지 2경기가 열렸다.

결국 월요일 경기를 피하기 위해 웬만한 비가 아니면 경기를 진행하게 됐다. 경기 전 작은 비에도 취소되는 경기가 나왔던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현장에서는 웬만하면 경기를 하자는 입장이다.

평소 루틴대로 움직이는 선수들에게 월요일 경기는 기피대상이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한 주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쉬는 날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월요일 경기의 여파로 부진에 빠질 수도 있기에 코칭스태프도 꺼릴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까지는 우천취소를 반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팀 사정에 의해 상황은 달라진다. 잘 나가는 팀, 혹은 해당 경기 선발 매치업이 좋은 경우엔 경기를 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부진에 빠진 팀에서는 작은 비에도 경기를 피하고만 싶다. 당장 팀 상황이 좋지 않기에 일단 뒤로 미루고 보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령탑들도 "하늘에 맡긴다"는 식이다. 일기예보에 설레 미리 비를 예측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 결과 "순리에 따르겠다"고 말하는 감독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잘 나가는 팀에선 더욱 그렇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나 NC 김경문 감독 등이 전형적인 '순리파'다.

하지만 이들도 기피하는 경기가 있다. 경기가 시작된 뒤 내린 비로 인해 경기가 지장을 받았을 때다. 경기 전 훈련을 하고, 경기에 들어갔기에 선수들에게 우천취소로 인한 휴식 효과는 없다. 2일 창원 NC-SK전은 3회 노게임선언됐는데 3회초 SK의 공격을 끝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NC 코칭스태프는 심판진과 중단 결정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기도 했다.

2-1로 앞선 사정도 있지만, 경기가 시작된 이상 최대한 경기를 진행해 5회를 넘겼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시즌 두번째 우천 노게임이었다. 경기 중 비로 중단이 되면, 30분간 기다린 후 경기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일기예보에 따라 더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날은 더 거세진 비로 인해 정확히 30분만에 노게임이 선언됐다.

비가 아무리 와도 5회가 넘으면 정식경기로 인정받는다. 강우콜드게임이다. 올해는 2일 목동 넥센-롯데전을 비롯해 벌써 다섯 차례나 나왔다. 강우콜드게임은 상황에 따라 양측 벤치를 웃고 울린다.

올시즌 넥센은 무려 세 차례나 강우콜드게임을 경험했다. 지난 5월 7일 목동 NC전에서는 6회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됐는데 스코어는 5대24, 완패였다. 비가 아니었다면, 역대 최다 실점을 허용할 뻔한 아찔한 경기였다. 그나마 비가 자존심을 살린 셈이 됐다.

지난달 10일 목동 삼성전에서도 비의 도움을 얻었다. 4-5로 뒤진 8회말 강정호가 상대 셋업맨 안지만에게 동점 솔로포를 때려냈는데 이후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됐다. 비가 1패의 위기에서 무승부로 팀을 구한 것이다. 반면 상대팀 삼성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KIA는 지난달 21일과 22일 동일팀 상대 2경기 연속 강우콜드 승리라는 진귀한 기록을 가져갔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기록이다. 21일과 22일 잠실 두산전이 모두 5회를 갓 넘기고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됐다. 21일 4대2 승리에 이어, 22일에는 1대0 신승을 거뒀다. 선발투수들은 비로 인해 행운의 기록을 챙기기도 했다. 21일 선발 김병현은 한국 복귀 후 첫 완투를 해냈고, 이튿날 임준섭은 데뷔 첫 완봉승을 따냈다.

재미있는 점은 21일 경기 승리는 상대 투수가 도와줬기에 가능했다는 사실. 이날 두산은 오현택을 임시선발로 내세웠는데 3이닝만에 조기강판시키는 승부수를 꺼냈다. 4회부터 구원등판한 니퍼트는 6타자를 초스피드로 범타 처리했다. 투구수는 겨우 17개. 니퍼트의 빠른 승부로 인해 4,5회가 순식간에 가면서 KIA가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