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옥스프링(37)이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봤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옥스프링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계속 같은 곳에 공을 던졌는데 볼 판정을 하자 주심을 보면서 중얼거리도 했다. 이 과정을 보다 못해 김시진 롯데 감독이 주심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옥스프링은 2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주심 이기중씨와 옥스프링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옥스프링은 결정구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곳에 많이 던지는 편이다. 실제로 넥센전에서도 그걸 많이 활용하려고 했다. 옥스프링은 컷패스트볼을 바깥쪽 낮게 많이 구사한다. 직구도 바깥쪽 낮은 쪽을 선호한다.
그런데 주심은 옥스프링이 왜 이 공이 볼이냐는 수신호에 계속 낮다는 신호를 보냈다. 2회까지 두 차례나 옥스프링과 이기종 주심의 이런 수신호가 오갔다. 투수와 주심이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놓고 이렇게 신호를 주고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올해 유독 심판의 판정을 두고 불상사가 많았다. 그러면서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SK 와이번스 울프의 경우 똑같은 상황에서 주심과 언쟁을 벌였고 그걸 말리기 위해 이만수 감독이 달려나오기까지 했다.
옥스프링은 울프 처럼 감정을 폭발시키는 않았다. 최대한 자제했다. 하지만 흔들린 감정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주심의 볼 판정 이후 계속 흔들렸다. 그 과정에서 2회 야수들의 허술한 수비까지 동반되면서 대거 4실점했다.
옥스프링은 2-0으로 앞선 2회 1사에서 김민성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윤석민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위기를 모면하는 듯했다. 하지만 로티노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허도환 서건창 이택근에게 연속으로 적시타를 맞았다. 서건창의 플라이를 좌익수 박종윤과 유격수 신본기가 미루면서 적시 2루타가 되고 말았다. 볼 판정에서 흔들린 옥스프링을 도와주지 못했다.
옥스프링은 다시 유한준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박병호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김시진 감독이 이기중 주심에게 항의했다. 옥스프링이 볼 2개에서 던진 회심의 3구째(바깥쪽 낮은 공)를 볼로 판정하자 마운드에서 화를 냈다. 김시진 감독은 이 주심에게 한참을 얘기한 후 들어갔다.
옥스프링은 이날 주전 포수 강민호가 아닌 용덕한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옥스프링의 너클볼 구사 빈도를 좀더 높이기 위한 배터리 교체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옥스프링은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너클볼을 많이 던졌다. 용덕한은 2회 너클볼을 잡지 못해 2루 주자 김민성을 3루까지 보냈다. 너클볼은 포구하기 어려운 구질이다. 그래서 포구가 되지 않는 너클볼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옥스프링은 결국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4회에는 이택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5회에는 강정호에게 2루타 그리고 김민성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바깥쪽에 던진 결정구가 볼로 판정되자 아쉽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4⅓이닝 9안타 6실점. 투구수가 105개나 됐다. 직구 45개를 던졌는데 그중 볼이 23개로 스트라이크(22개) 보다 많았다.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옥스프링은 지난 6월 14일 KIA전부터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다. 당시 KIA전에선 나지완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 직구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당했다. 공교롭게 그 경기 이후 6월 19일 NC전(5⅔이닝 4실점), 6월 26일 한화전(3⅔이닝 6실점) 그리고 이날 넥센전까지 계속 부진이 이어졌다.
옥스프링은 시즌 6승에 머물러 있다. 옥스프링이 정상 궤도를 이탈할 경우 롯데의 4강 싸움은 힘겨워질 수 있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