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각)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벌어진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고공 폭격기' 김신욱(26·울산)에겐 '인생의 경기'였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부진했던 박주영(29)을 대신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황금같은 기회였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고,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일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입지가 흔들렸다.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 김신욱의 큰 키(1m96)를 이용한 전술이 상대에게 쉽게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조커'로 월드컵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불만은 없었다. 현실을 빨리 받아들였다. 그리고 홍 감독이 강조하는 '원팀'이 되려고 노력했다. 벤치에 앉아 있어도 항상 먼저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려고 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김신욱이 그랬다. 철저한 준비 속에서 때를 기다렸다. 그의 존재감은 지난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부터 폭발했다. 후반 12분 박주영 대신 교체투입돼 제공권을 장악했다. 탈아시아급 헤딩력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이 입증된 순간이었다. 2대4 참패에도 김신욱의 발견은 소득이었다.
홍 감독도 김신욱의 상승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 벨기에전 히든카드로 김신욱을 택했다. 김신욱은 강한 의욕만큼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벨기에는 경기 초반부터 김신욱 봉쇄에 집중했다. 김신욱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면 두 명의 선수들이 달라붙었다. 그래도 제공권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특히 전반 44분에는 벨기에 미드필더 스테번 드푸르의 퇴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후반에도 김신욱은 적극적인 포어체킹(전방 압박)으로 벨기에 수비진을 압박했다. 그런데 후반 21분 김신욱은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교체됐다. 논란이 된 홍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은 "김신욱의 교체가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기 당일과 30일 귀국 후에도 김신욱의 교체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취재결과, 김신욱은 전반 중반 오른발목이 접질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비수와 몸싸움을 펼치던 도중 오른발목 인대가 늘어났다. 부상에 개의치 않았다. 필승의지에 통증을 잊었다. 그러나 부상은 후반에 영향을 끼쳤다. 체력과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았다. 김신욱은 "개인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다. 모든 선수들이 월드 클래스의 실력을 갖췄다. 국가를 위해 승리하겠다는 간절함도 지녔다. 내가 경험했던 다른 대회보다 타이트했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귀국한 뒤 곧바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오른발목 염좌 판정을 받았다. 회복 기간은 최대 2주 정도다.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오른발목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소견을 받았다.
3일 소속 팀에 복귀하는 김신욱은 5일 성남 원정경기에 결장한다. 현재로서는 9일 수원전과 12일 포항전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