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 취임 이후 한 달 반이 흘렀습니다. 5월 12일 취임식을 치르고 LG의 사령탑이 된 양상문 감독은 36경기에서 18승 18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LG는 최하위에서 탈출했으며 7위 SK에 1경기 차로 접근했습니다.
지난 6월 LG는 9개 구단 중 엔트리 변경이 가장 적은 팀이었습니다. 6월 한 달 내내 3명을 등록시키고 3명을 말소했을 뿐입니다. 17명을 등록하고 18명을 말소해 리그에서 가장 엔트리 변경이 많았던 한화의 1/3도 되지 않았습니다. LG 다음으로 엔트리 변경이 적었던 팀은 롯데로 8명 등록, 9명 말소였으나 LG와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변경이 많았습니다. 비슷하게 하위권에 처져 있는 한화와 비교해 큰 폭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엔트리 변경은 적을수록 좋다는 양상문 감독의 원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엔트리 변경 최소화는 우선 양상문 감독이 LG를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풀이됩니다. LG는 시즌 초반 감독 사퇴에 이어 감독 대행 체제를 겪으며 선수들의 동요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취임 이후 엔트리 변경을 최소화해 선수들이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새로운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물론 조금만 못해도 2군에 내려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서 LG 선수들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신예 채은성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엔트리 변경 최소화의 또 다른 의도는 선수 파악입니다. 양상문 감독은 LG에 투수 코치로 몸담기도 했으며 해설위원으로서도 선수들을 꾸준히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선수단 전체를 통솔하고 기용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게다가 양상문 감독은 동계 훈련부터 팀을 맡아 자신의 구상을 적용시킨 것이 아니라 시즌이 한창인 와중에 급히 팀을 떠맡았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1군 선수들을 차분히 지켜보며 파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엔트리 변경이 적은 것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1군에서 부진한 선수들도 가급적 끌고 간다는 점에서 팀 컨디션이 최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1군이 '고인 물'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내면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희망이 2군 선수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LG의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2군에서 올릴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은 양상문 감독의 고민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1군에서 통할만한 2군 자원을 1군에 올리지 않을 감독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병규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2군 유망주들의 기량 미성숙이 엔트리 변경 최소화로 귀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엔트리 변경 최소화를 통해 팀 운영에 대한 양상문 감독의 뚜렷한 주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엔트리 관리를 통해 양상문 감독은 인내와 뚝심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5할 승률이라는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양상문 감독의 팀 운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