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타자 피에. 화려한 플레이와 개성 넘치는 행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피에는 6월 2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회말 수비 후 덕아웃에서 강석천 코치와 실랑이를 벌였다. 피에가 정석의 폼이 아닌, 조금은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포구를 했다. 강 코치는 피에가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덕아웃에 들어온 피에에게 이를 지적했고, 피에가 변론을 펼치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싸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더 냉정히 말하면, 화를 내는 강 코치를 향해 피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표정과 제스처를 취했다. 다행히 주변의 만류로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하위팀 덕아웃에서 보일 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피에는 강 코치 뿐 아니라 자신을 말리는 주장 고동진에게도 신경질을 내는 등 확실히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김응용 감독은 피에의 행동에 대해 "강한 경고를 줬다"고 했다. 하지만 경고 이외에 다른 내부 징계는 없었다. 당사자인 강 코치도 "별 일 아니었다"라며 웃어 넘기는 반응이었다.
구단과 동료들은 피에를 적극 변호했다. 주장 고동진이 나섰다. 고동진은 "내가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지 않았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들 특성답게, 조금 더 동작이 크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수비 자세가 이랬다는 것을 설명한 것 뿐이었다. 동영상 화면 제목이 마치 선수와 코치가 다투는 것처럼 표현해 일이 커진 것 같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동진은 이어 "만약, 피에가 코치님께 항명하는 것이었다면 내가 안참고 당장 끌고 나갔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평소 피에의 모습을 가장 잘 알지 않나. 큰 문제가 아니었다. 피에는 항상 팀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선수다. 아파도 참고 뛰는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다.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피에에 대해 안좋은 감정이 전혀 없다. 단지, 이기고자 하는 열정이 너무 커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에는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 구심의 무릎을 배트로 툭툭 치는 특이한 인사로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클레이가 흔들리자 중견수 자리에서 마운드까지 와 열심히 호통을 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모두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는 행동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온 선수고 의도가 불순하지 않았기에 좋게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혈질적인 성격이 안좋게 표출되기도 했다. 5월 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았다.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중견수로 출전했다 경기 도중 감독의 교체 사인이 떨어지자 못나가겠다며 주저 앉아 버틴 적도 있었던 피에다. 감정 표현이 매우 직설적이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넉살 좋은 선수의 적극성과 유쾌함으로 포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속팀 코치에 대드는 듯한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특히, 한국 문화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조건 상-하 관계를 따지자는게 아니라, 할 말이 있으면 어느정도 예의를 갖춰 했어야 했다.
문제는 구단이 피에의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감싸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피에가 공-수에서 아무리 큰 역할을 한다고 해도 팀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 일단 이번 사건은 잘 마무리됐다. 피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며 크게 반성했다는 후문이다.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피에가 앞으로 보은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기본 실력은 매우 뛰어난 선수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피에의 기가 죽지 않게 잘 챙겨주면 좋은 플레이로 보답할 것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