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은 유례 없는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심판진의 스트라이크존 변화가 의심되는 등 인위적인 조정이 들어갈 정도다.
나날이 발전하는 타격 기술과 장비에 비해, 투수들의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 위축된 스트라이크존은 물론 의심스러운 공인구 반발계수, 그리고 프로야구 1군 투수들의 전체적인 질적 수준 저하가 타고투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타고투저에 직격탄을 맞은 건 각 팀의 마무리 투수들이다. 박빙의 상황에서 승리를 지켜야 할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승부다. 안타가 쏟아지는 것도 모자라, 장타가 나오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마음 편히 등판한다는 3점차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 마무리 투수의 등판 상황에 있어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져가고 있다.
9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블론세이브가 없는 선수는 없다. 정상급 마무리는 물론, 셋업맨들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카스포인트는 경기 중 발생하는 수많은 결과물을 점수로 환산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이터다. 기록 면에서 우대받았던 선발투수 외에도 중간계투에게도 합당한 점수를 부여해 전체적인 투수 랭킹을 산정해왔다.
타고투저 현상이 있었던 2012년과 지난해에도 카스포인트 투수 부문에선 불펜투수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2012년엔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현 한신 타이거즈)이 3171.3점으로 전체 투수 중 1위를 차지했고, SK 와이번스 박희수가 3099.1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두산 베어스 프록터(은퇴)가 2393.3점으로 8위.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이 2287.8점으로 9위, SK 와이번스 정우람(2249.5점)이 10위에 오르는 등 투수 상위 10인에 구원투수가 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역시 10위 안에 불펜투수 4명이 포함됐는데, 1위가 LG 트윈스 봉중근(3679점)이었고, 손승락(3367점)이 2위에 올랐다. 오승환(2479점)과 롯데 자이언츠 김성배(2448점)가 4,5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이번엔 'TOP5'에 4명이 구원투수였다. SK 세든이 3위(2690점)로 자존심을 세웠을 뿐이다.
하지만 올시즌은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6월까지 카스포인트를 살펴보면, 'TOP10'에 이름을 올린 불펜투수는 삼성 임창용(1179점)이 유일하다. 임창용도 8위에 불과하다. 넥센 한현희(1152점)가 11위로 뒤를 쫓을 뿐이다. 최근 2년간 정상급 마무리로 평가받았던 박희수, 손승락, 봉중근은 21위, 22위, 37위에 처져있다.
타고투저 현상에 직격탄을 맞은 마무리들의 집단 부진이 카스포인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7월부터는 계투진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