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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이적시장의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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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모습에 믿음은 가득했다. 단 한 차례도 실망을 주지 않았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4년 전의 활약은 더 큰 기대였다. 그는 남아공월드컵에서 2골을 터트리며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4년 전의 이청용(26·볼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뼈아팠다. 조별리그 최종전 벨기에전(0대1 패)이 끝난 직후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홍명보호의 실패, 이청용의 부진도 한 몫했다.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창조적인 플레이,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운 개인기와 스피드, 반박자 빠른 패스와 영리한 경기 운영,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없었다. 재앙이었다. 좌우 측면의 불균형으로 연결됐고, 공격의 실마리를 찾는 데 한계가 있었다.

"모두 잘했는데 나만 못한 것 같다. 내가 찬스를 잘 만들지 못한 데다 볼 소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1대1 무)에선 그나마 활약을 했다. 그러나 그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아닌 우리 선수 탓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알제리전(2대4 패) 후에는 한탄했다. 벨기에전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었다.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지만 사라진 이청용, 이유는 컨디션 관리 실패였다. 브라질의 낯선 환경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피로누적으로 인한 더딘 회복 속도에 맥을 못 췄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더 참담했다. 이청용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2009년 8월 볼턴에 둥지를 튼 이청용은 다섯 시즌을 보냈다. 2011년 7월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된 그는 1년여간 긴 어둠의 터널을 걸었고, 팀도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시즌이 흘렀다. 군계일학이었다. 2013~2014시즌 볼턴이 치른 정규리그 46경기 가운데 무려 45경기(선발 32경기, 교체 13경기)에 출격했다. 팀내 최다 출전이다. 그러나 볼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이 또 좌절됐다. 어느덧 볼턴과 계약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볼턴도 이청용을 이적시킬 계획이다. 새로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월드컵이 새 세상의 통로였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으로 거취는 안갯속이다.

볼턴 지역지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볼턴뉴스는 1일(한국시각) '이청용은 브라질에서 최악의 경기를 보여줬다. 그를 이적시키기 원하는 볼턴의 희망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며 '그는 프리미어리그보다는 챔피언십이 더 어울려 보인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이청용에게 볼턴을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처럼만 활약했다면 문제없었다. 그러나 영입를 원하는 잠재적 팀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브라질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를 하찮은 존재로 보이게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브라질월드컵의 3경기로 이청용을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이적시장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