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양현석이다. 2NE1 박봄(30)의 마약류 밀수 혐의가 터져나오자마자 발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평소 소속가수들과의 관계를 마치 아빠와 딸(아들)처럼 묘사해온 그 이기에 이번에도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가수 박봄의 아픔을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람으로서 어필했다.
박봄의 인간적인 '상처'까지도 언급한 양현석의 이번 해명문은 팬들의 이해와 동정심에 호소하려는 듯 상당히 감성적인 부분에 기대고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 터져나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소속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특히 수장의 입을 빌려 해명, 조기진압에 나서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승부사 양현석다운 선택과 대처, 그 이후 여론은 슬슬 갈리고 있다. 인간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를 표하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점들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엇갈린 팬심이 어느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법적인 판단 여부와는 별개로 이후 박봄과 2NE1의 활동이 결정되게 될 듯하다. 따라서 양현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의문점들을 속시원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박봄의 이후 행보엔 파란 신호등이 켜지긴 어려워보인다.
네티즌들이 제시하고 있는 의문점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금지약품 인지 못했다면, 왜 주소와 이름을 바꿔서?
30일 밤 박봄이 지난 2010년 10월 12일 국제 특송우편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 82정을 미국에서 밀수입하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적발됐다는 기사가 터져나오자, 양현석은 1일 오전 YG엔터테인먼트 블로그에 '박봄 기사에 관한 해명글'을 올리고 "2NE1 멤버들 모두 담배를 피지 않으며 술을 잘 마시지도 않으며 정식 행사를 제외하고 지난 9년 동안 개인적으로 클럽에 놀러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거 같습니다. 제가 알던 그런 박봄이 하루아침에 기사 제목만으로 '마약 밀수자'가 됐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박봄은 4년 전까지 미국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을 수년간 복용해왔습니다만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수 없게 되자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금지된 약품으로 세관에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양현석은 "상식적으로 어머니와 할머니가 딸과 손녀에게 마약을 구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특히 요즘 세상에 대부분의 약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 약의 성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고 먹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그런데 역으로 왜 '상식적'으로 우편물 수취 주소를 굳이 바꾸는 불편을 감수했는지 네티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왜 약을 받을 주소지를 박봄의 서울 거처나 소속사 등이 아닌, 인천에 살고 있는 직계 혈족 거주지로 한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는 것. 약의 성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굳이 자신의 주소를 숨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더욱이 수취인 또한 박봄이 아닌 인척 명의로 한 것으로 알려지며, 팬들의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치료목적, 몰랐다면 OK?
이날 해명글에서 양현석은 "박봄의 경우 미국에서 몇 년간 먹던 약이 국내에 없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그것이 수입 금지 약품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듯합니다. 4년 전 조사 과정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다른 약으로 대처하여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남는다. 치료를 목적으로 했다면 세관에 신고하고 미국과 한국의 의사 소견 처방전을 내는 방법을 왜 택하지는 않았을까. 한국에서 암페타민의 처방과 구매를 하려고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이 약이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이유를 모를 수 있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이와는 또 다른 문제로, 양현석 주장대로 박봄이 암페타민의 수입 금지 사실을 몰랐다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지를 놓고 네티즌들은 비슷한 다른 케이스들을 찾아가면서 법의 형평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82정이나? 장기 심리 치료를 둘러싼 우려들
해명글에 따르면,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박봄은 불행히도 같은 경기 도중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과 슬픔에 빠져 힘든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그 이후 수년간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를 함께 병행해 왔으며 미국의 유명한 대학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해주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 왔다는 것.
문제의 사건에서 박봄이 우편물로 받으려던 암페타민은 82정. 상당히 장기적인 복용을 전제로한 대량 처방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이와같은 대량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처럼 장기 복용을 해야할 정도로 박봄이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해온 것에 대해서도 팬들은 놀라고 있다. "무대 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그녀가 약을 장기 복용해야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니 믿을 수 없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
또한 소속사 차원에서 박봄의 정서적 안정 또는 개선을 위해 어떤 시스템적 지원을 해주었는지도 또 다른 문제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 가요 관계자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나이에 180도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박봄이 겪어야했을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다. 또 과거 상처까지 극복을 못한 상태에서 부침이 심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선 본인이 상당히 큰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며 "뒤늦게라도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소속사 차원에서 정서적 치료를 위한 서포트나 체계적인 힐링 시스템이 있었어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