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을 끈끈하게 버텼다.
연장전의 휘슬이 울렸다. 연장 전후반 각각 15분, 30분이 남았다. 그러나 118분 만에 골이 터졌다. 아르헨티나였다. '진짜 메시'였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볼을 잡은 리오넬 메시는 30여m 폭풍 드리블 후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디 마리아에게 향했다. 디 마리아가 왼발로 화답, 골네트를 갈랐다.
스위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스위스가 2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0대1로 석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볼점유율 62대38, 슈팅수 22대11, 아르헨티나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유효슈팅은 무려 17개였다. 하지만 문을 잠근 스위스의 수비 전술은 대단했다. 강력한 압박과 톱니바퀴 조직력에 아르헨티나가 진땀을 뺐다. 수문장 베날리오의 선방도 빛났다. 경기 종료 직전 골을 허용했지만 수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알프스 메시'의 활약도 관심이었다. 온두라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제르단 샤키리(스위스)가 주인공이다. 그는 경기 초반 위협적이었다. 샤키리는 빠른 발과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수비를 흔들었다. 몇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면서 스위스의 역습을 이끌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왜 '알프시 메시'일까. 샤키리는 '원조 메시'와 체격조건이 비슷하다. 메시처럼 1m69의 단신이다. 스타일도 닮았다. 메시와 같이 환상적인 드리블과 간결한 마무리 능력이 장점이다.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난 샤키리는 어린시절부터 축구에 재능을 보이며 스위스의 명문 바젤에 입단했다. 17세에 바젤 1군에 데뷔한 샤키리는 단숨에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유로2008 개최를 계기로 각급 연령대 대표팀에 투자를 한 스위스의 핵심 멤버였다. 그는 2011년 유럽 21세 이하 선수권에서 스위스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명문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샤키리는 A대표팀에서도 핵심으로 떠올랐다.
4년 전 19세의 나이로 남아공월드컵에서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샤키리는 두번째 월드컵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생각보다 부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16강 여부가 걸려있던 온두라스와의 최종전에서 에이스의 품격을 과시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메시와 골장면이 흡사했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왼발로만 만든 골이었다.
그러나 스위스를 구해내지 못했다. '원조 메시'의 벽은 높았다.
스위스는 골을 허용한 후 공격에 불이 붙었다. 제말리의 헤딩이 골대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샤키리는 경기 종료 직전 '다이빙'으로 프리킥을 얻었지만 동점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스위스의 투혼은 박수를 받을 만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