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의 절반이 훌쩍 넘었다. 우승과 4강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는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명예로운 기록이 늘어나는 동시에 반대로 불명예스런 창피한 기록 역시 쌓여간다. 투-타 부문멸 불명예 기록 1위는 누구일까.
투수 들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맞은 이는 넥센 히어로즈의 강윤구다. 16개로 1위다. 22경기에 등판했는데 그중 선발은 5경기였다. 올해 던진 이닝이 41⅔이닝인데 16개를 허용해 9이닝으로 따졌을 땐 3.46개의 홈런을 내줬다는 얘기가 된다. 2위인 채병용이 75⅓이닝에 14개를 맞아 9이닝으로 환산하면 1.67개인 것을 비교하면 강윤구의 피홈런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감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볼넷이다.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것을 바란다. 감독의 속을 까맣게 타들어가게 한 투수는 한화의 송창현이다. 48개로 볼넷 허용 1위. 63이닝 동안 48개를 허용해 9이닝으로 따지면 6.86개를 내준 셈이다. 송창현보다는 적은 볼넷을 내줬지만 이닝으로 비교하면 볼넷 비율이 훨씬 높은 선수가 있다. KIA의 한승혁은 43⅔이닝에서 41개를 내줬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8.45개를 허용했다는 뜻이다. 한화 유창식도 43⅓이닝에서 39개를 허용해 9이닝당 8.1개를 허용.
도루를 내주는 것은 포수만의 잘못이 아니라 투수와 공동책임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포수가 정확하고 빠르게 송구해도 투수의 퀵모션이 느리거나 투구폼을 읽혀 주자가 스타트를 빠르게 하는 것은 투수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LG의 외국인 투수 티포드가 가장 많은 16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티포드가 마운드에 섰을 때 주자들이 총 21번 도루를 시도해 16번 성공했다. 성공률이 76.2%에 달한다. 2위는 한승혁으로 14개. 도루실패가 3개이니 도루 성공률은 82.4%다. LG의 또다른 외국인 투수 리오단도 도루 저지가 안된다. 주자들이 12번 뛰었는데 모두 살았다. 한명도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타자를 고개 떨구게 하는 순간은 삼진을 당했을 때와 병살타를 쳤을때가 아닐까. 올시즌 한국의 삼진왕은 홈런 1위인 넥센 박병호가 기록 중이다. 74번 삼진을 당해 2년 연속 삼진킹이었던 LG 오지환을 제치고 새롭게 홈런왕과 삼진왕을 동시에 꿰찰 분위기다. 지난해엔 128경기서 97개밖에 당하지 않았던 삼진이 올해는 부쩍 늘어났다. 삼진 2위도 공교롭게 홈런 2위인 동료 강정호가 기록 중이라 홈런왕과 삼진왕 대결도 관심을 끌 듯.
병살타는 의외의 인물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두산의 김재호가 11개로 가장 많은 병살타를 쳤다. 김재호는 하위타선에서 치기 때문에 중심타자에 비하면 찬스가 많이 오지 않는대도 병살타가 많았다. 그러나 NC 이호준과 모창민, 한화 송광민, LG 조쉬벨 등이 10개로 바로 뒤를 이어 병살타왕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쉽게 점치기 힘들다.
발빠른 선수에게 도루 실패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 것과 같다. 찬스를 만들려고 하다가 오히려 찬스를 날아가게 하니 더욱 고개를 들 수 없다. 도루 실패 1위는 의외로 KIA의 이대형이었다. 총 25번 도루를 시도했는데 성공이 13번 뿐으로 무려 12번이나 실패했다. 그만큼 이대형에 대해 견제가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실패 확률이 너무 높다. 2위는 LG 오지환인데 18번 성공에 9번 실패로 성공률은 66.7%. 3위는 8번 실패한 LG 박용택이다. 성공이 7번이니 실패가 성공보다 더 많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