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힘들어요. 코치님들 눈을 비켜갈 수는 없죠."
LG 트윈스 채은성. 이제 더이상 그를 유망주로 볼 수만은 없다. 양상문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어엿한 1군 타자로 자리잡았다. 5월 27일 1군에 전격 등록된 후 연일 안타를 뽑아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6월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도 터뜨렸는데, 그게 그라운드 홈런이어서 더욱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6월29일 경기까지, 1군에서 25경기를 뛰며 타율 3할2푼4리 1홈런 9타점 4도루를 기록중이다. 시즌 직전 신고선수 딱지를 떼고, 이제 막 1군에 데뷔한 선수의 성적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하지만 1군 데뷔 후 기록하던 4할 이상의 타율이 뚝 떨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최근 경기에서는 확실히 애를 먹고 있다. 29일 기준 최근 8경기에서 22타수 3안타에 그쳤다. 그래도 양 감독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고비가 늦게 왔다. 더 빨리, 한계를 드러낼 줄 알았는데 오랜 기간 잘 버텨줬다"며 칭찬한다. 그리고 "꾸준히 기회를 주겠다. 이렇게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은성을 탓할 일은 아니다. 신인급 선수가 1군 등장 후 깜짝 활약을 하다가 곧 어려움을 겪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LG의 한 베테랑 선수는 "모르고 덤빌 때는 오히려 더 잘되다가, 조금씩 알게 되면 더 어려워지는게 야구"라는 말로 채은성 부진의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도 방망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돌렸다. 그런 타자가 갑작스럽게 힘이 빠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채은성에게 최근 컨디션에 대해 물었다. 채은성은 "확실히 힘이 든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1군은 커녕, 2군에서도 풀타임으로 출전할 기회가 없던 선수가 1군 경기에 매일같이 출전하다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만 것이다.
욕심이 많은 선수라면 힘들더라도 "전혀 안힘들다"라고 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채은성은 솔직했다. 이유가 있었다. 채은성은 "최근 내 스윙을 보시고는 김무관 타격코치님께서 '힘들지'라고 물어보시더라. 체력이 떨어지면 타자는 스윙 스피드에서 가장 먼저 티가 난다. 나는 '안타다' 하고 휘두르는데 전에 같았으면 안타가 될 타구가 땅볼, 플라이가 된다. 눈, 마음은 같은데 몸이 따르지 않는 것이다. 코칭스태프의 눈을 절대 피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양 감독과 김 코치는 채은성에게 "이렇게 힘들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경기를 치르며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한 시즌을 풀로 뛸 수 있는 선수로 발전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준다.
또 하나 궁금한 것. 1군에서 뛰는 것이 소원이던 선수가 원 없이 1군에서 뛰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까이다. 1군은 2군 선수들에 비해 편한 스케줄이다. 저녁 경기를 한 후 출근이 늦어 늦잠도 푹 잘 수 있고, 원정 경기 때는 호텔에서 생활한다. 먹는 밥도 틀리다. 요약하면 시합을 하는 3시간만 집중을 하면 나머지는 천국이다.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찌는 더위 속에 경기를 치른 후, 야간까지 훈련을 하는 2군 생활과는 천지 차이다.
하지만 채은성은 "2군보다 1군 생활이 훨씬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채은성은 "단순한 체력 소모로만 따지만 2군이 훨씬 심하다. 하지만 2군은 아침부터 밤까지 치고, 던지고, 달리면 끝이다. 그렇게 피곤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재충전해 또 하루를 반복하는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1군에 대해서는 "1군 경기는 정말 1초도 방심을 할 수 없다. 온갖 정신 집중을 다 한다. 더욱이 나같은 신인급 선수는 경기 중 요령을 피울 여유가 없다. 무조건 전력이다. 경기가 끝나면 정신이 멍해지고 몸이 녹초가 되는 기분이다. 분명, 몸은 많이 움직이지 않는데 피로도는 훨씬 심하다. 피로가 계속 누적이 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적인 피로가 육체적 피로보다 훨씬 사람을 괴롭힌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는 각오다. 채은성은 "부족한 나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무조건 보답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