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의 패배를 지켜보면서 눈물이 났다. 아무래도 아직 선수니깐, 선수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같이 뛰었던 후배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16강 진출 기회가 적어진게 사실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후반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안다.
▶눈물의 의미
구자철과 손흥민이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눈물의 의미를 안다. 월드컵 무대에서 4골을 허용하고 패한 것이 속상해서 그렇다. 큰 무대에서 기회가 왔는데 보여주지도 못해 선수들은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원하는대로 잘 안됐으니까 경기가 끝나고 후회가 밀려온다. 선수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눈물이다. 스코어가 벌어지면 정말 경기를 운영하기가 어렵다. 상대는 개인기가 좋고 빠르게 몰아치는 스타일인데 수비 컨트롤을 하면서 공격을 적극적으로 나가야 하니 정말 어려운 일이다. 후반에는 다행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4실점이 아쉽긴 하지만 득점에 성공했고, 상대를 위협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칭찬을 보내고 싶다.
▶경고에 발목 잡힌 기선 싸움
알제리 선수들이 개인기가 좋다보니 중앙이나 측면에서의 리듬 싸움에서 밀렸다. 상대를 압박해도 개인기에 계속 돌파를 허용하니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상대는 더 편안하게 경기를 하게 됐다. 한마디로 태극전사들이 페이스를 빼앗겼다. 알제리의 개인기에 중앙 수비 위치 보완이 안됐다. 아쉬운건 이런 흐름을 끊어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상대 개인기가 좋으면 거칠게 나가야 한다. 평소에 기성용이 이런 역할을 해준다. 기성용이 높게 평가받는 것도 팀을 위해 이런 일을 하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상대를 거칠게 다루면서 흐름을 끊었어야 했는데 기성용이 경고가 있다보니 거친 경기를 못했다. 경고가 없는 선수들이 그 역할을 해줬어야 한다. 공 차는 것만큼 중요한게 경기 흐름을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서 우려됐던 부분이었다.
▶계산된 패배와 예상치 못한 패배의 차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대4로 패했다. 당시 패배와 지금의 패배는 느낌이 다르다. 4년 전에는 1승을 하고 계산적으로 나이지리아와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패배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 아르헨티나전 패배는 계산된 패배였다. 많은 골을 먹고 자신감을 조금 잃은건 있었지만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잘하면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큰 충격이 아니었다. 선수들도 대패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전이 조별리그 결승이라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1승을 목표로 했던 팀에 당한 패배다. 선수들이 받는 충격이 다른 패배보다 더 크다. 구자철이 주장이지만 그도 월드컵에 처음 뛰는 선수다. 주장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팀으로 나서야 한다. 런던올림픽에서 다같이 뭉쳐서 동메달을 따냈던 선수들이다. 선수들끼리 다같이 똘똘 뭉쳐서 팀 전체가 책임감을 갖고 극복해야 한다. 아직 작은 기회가 있고, 그것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정비를 해야 한다.
▶4골 먹었는데 두려울게 있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만날 벨기에는 능력이 있는 팀이다. 빌모츠 감독이 교체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1.5군이 아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이 모두 능력있는 선수들이다. 악조건이지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걸 모두 보여줘야 한다. 4실점도 했는데 더이상 두려울게 없다. 측면 수비수들이 평소대로 적극적으로 나가서 크로스를 올리고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표팀에 자신이 뽑힌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자기만의 장기가 있기에 선발됐다. 경기가 끝난 뒤 후회하면 늦는다. 후회없이 경기를 치렀으면 좋겠다. 한국팀답게 팀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야 한다. 팬들도 그런 모습을 원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