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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아웃사이더]브라질 어딜 가도 '치치치, 레레레' 칠레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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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전세계가 한국의 '대~한민국' 응원을 주목했습니다. 한국의 길거리 응원은 한-일월드컵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였습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새로운 '응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브라질 축구 축제의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웃국가' 칠레의 특이한 '구호 응원'입니다.

일찌감치 조짐이 보였습니다. 브라질월드컵 개막 전날인 12일(이하 한국시각), 개막식이 열리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 칠레 팬 30여명이 모였습니다. 그냥 경기장 구경을 온 팬들 같았는데 갑자기 응원을 시작하더군요. 주변 사람들이 몰려 들고, 취재진도 그들의 응원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특이한 구호에 모두 웃음을 지었는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세아 치~이일, 에레에. 치치치 레레레, 비바 칠레.(Cea che, iiii e leeee. chi chi chi le le le, viva chile e)' 별 뜻은 없습니다. '자! 칠레 만세'라는 내용입니다. 누군가가 '세아 치~이일'을 외치면 다른 팬들이 '에레에'를 외치고 다시 '치치치'와 '레레레'를 주고 받는 '소통형' 응원입니다. 그런데 이 중독성에 브라질이 매료됐습니다.

브라질 어느 곳에 가도 이제는 칠레의 응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곳에서나, 누구나 '세아 치~이일'을 외치면 모두가 답을 합니다.

칠레가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2대0으로 제압한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응원 열기가 더욱 뜨겁습니다. 21일 브라질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인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팬 페스트(팬 페스티발)가 있었는데,이탈리아-코스타리카의 D조 2차전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가 됐습니다. 이탈리아와 코스타리카 팬을 비롯해 1만여명이 해변가에 모여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방인'인 칠레 팬들의 응원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칠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세아 치~이일'을 외치자 모두가 하나가 돼 칠레 응원 구호를 따라했습니다. 브라질 택시 기사도 운전 중 창문을 열고 응원에 가세하곤 합니다.

응원만큼 칠레의 경기력도 브라질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칠레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호주를 3대1로 꺾은데 이어 스페인마자 제압하며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했습니다. 칠레 팬들의 기대도 상당합니다. 칠레에서 브라질로 칠레를 응원하러 왔다는 후안 조안씨는 "비행기로 오면 4시간이면 오지만 단체 응원을 위해 버스를 타고 많은 팬들이 브라질까지 왔다. 비록 6일이나 걸렸지만 정말 즐겁다. 칠레가 스페인을 꺾는걸 보지 않았나. 이번에 칠레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아 치~이일'을 외쳤습니다. 다시 '에레에'와 '치치치 레레레, 비바 칠레'라가 메아리 쳤습니다. 한 마디로 '대세'입니다. 국적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칠레팬들이 너무 흥분을 했나 봅니다. 결국 사고를 쳤습니다. 19일 스페인전이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 칠레팬 150여명이 경기장 미디어센터의 임시 벽을 무너뜨리고 경기장에 난입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칠레 팬들이 경기를 보려고 난입한 것입니다. 이들 중 85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혀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브라질월드컵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칠레의 유일한 옥에티입니다. 볼썽사나운 사건이 있긴 했지만 칠레의 응원 열기는 여전합니다. 브라질은 여전히 칠레의 '구호 응원' 매력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