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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월드컵 감독 데뷔 홍명보의 그 날,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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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때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이었다. 1무2패로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선 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가면 2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2무1패로 짐을 쌌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도 고난의 무대였다.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은 항상 벽에 부딪히고 넘을 수 없는 큰 산으로 느껴졌다. "월드컵은 또 지는 경기를 하는 무대구나"라는 아픔을 토로했다. 반전은 선수 인생의 황혼기인 33세 때 이루어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그는 대한민국에 4강 신화를 선물했다. 스페인과의 8강전에선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현역 인생이 곧 월드컵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필두로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한국이 치른 17경기에 연속 선발 출전했다.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현역 은퇴 후 행정가 수업을 받던 그는 2005년 현장으로 돌아왔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지휘봉을 잡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자연인 홍명보'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이 길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이라면 피하고 싶지는 않다. 선수 시절 쌓아놓은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겠다." '코치 홍명보'의 출사표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독일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지만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45)의 6번째 월드컵이다.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홍 감독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사령탑으로 월드컵 대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러시아였다. 승점 1점을 수확했다. 후반 22분 이근호 선제골로 앞섰지만 후반 29분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1대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챙겼다.

공교롭게 이날은 20년 전 홍 감독이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첫 골을 터트린 날이다. 0-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후반 40분이었다. 현역의 홍명보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서정원의 동점골까지 터져 '무적함대' 스페인과 2대2로 비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단 연패는 끊었다. 한국은 튀니지(0대1 패), 가나(0대4 패)와의 평가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홍 감독은 러시아와 비기며 한 고개를 넘었다. 그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3일 오전 4시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