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주전 3루수 박석민이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투수가 던진 강속구에 머리를 맞았다. 이 공을 던진 SK 와이번스 외인선발 조조 레이예스는 자동으로 퇴장됐다.
박석민은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회까지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9-3 리드에 기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6회초 1사 후 들어선 이날 네 번째 타석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볼카운트 3B1S에서 레이예스가 던진 147㎞짜리 강속구가 머리로 날아온 것. 박석민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돌렸지만 공은 눈깜짝 할 사이에 왼쪽 뒷머리쪽 헬멧을 강타했다. 공이 맞는 순간 헬멧이 벗겨지고 박석민은 그대로 타석에 엎어져 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레이예스는 자동 퇴장 당했다. 올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맞히는 이른바 '헤드샷'에 대해서는 경고 없이 즉각 퇴장시키는 규정을 마련했다. 대회 요강에는 "주심은 투구(직구)가 타자 머리 쪽으로 날아왔을 때 맞지 않더라도 1차로 경고하고, 맞았거나 스쳤을 때에는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를 퇴장 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레이예스는 군말없이 SK 덕아웃으로 걸어나갔다.
레이예스는 올해 이 규정에 따라 자동 퇴장 된 두 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1호 자동 퇴장'의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이었다. 옥스프링은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왔다가 3회 1사 후 KIA 4번 나지완의 머리를 맞혀 퇴장당했다.
투수에 대한 '헤드샷 자동 퇴장' 규정은 지난해의 아찔한 사건이 있은 뒤 신설됐다. 공교롭게 그 피해자 역시 삼성이었다. 2013년 9월8일 잠실 LG-삼성전 때 LG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직구가 삼성 배영섭(현재 경찰청)의 머리에 강하게 맞으면서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이른바 '헤드샷'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해 타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고, 결국 올해 이 규정이 시행된 것이다.
레이예스의 공에 맞은 박석민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엎어져 있었다. 충격이 상당한 듯 보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로 나와 박석민의 상세를 살폈고, SK 이만수 감독 역시 그라운드로 나와 박석민을 걱정했다. 잠시 뒤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박석민은 정확한 검진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SK는 급하게 여건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