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월드컵 기간 루마니아대표팀은 모두 머리색을 노란색으로 염색했다.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단체 세리머니였다. 선수단은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한 뒤 16강행 티켓을 따낼 경우 국기색에 맞춰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자고 약속했다. 루마니아의 독특한 선수 사기 충전 방법은 축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16년이 흘렀다. 루마니아 선수들처럼 대회 기간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삼바축구' 브라질 선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노란색 염색을 좋아하는 '신성' 네이마르(22)와 풀백 다니엘 알베스(32·이상 바르셀로나)다.
네이마르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슈다. 헤어 스타일이 달라졌으니 주목받을만 했다. 네이마르는 13일(이하 한국시각) 크로아티아와의 브라질월드컵 개막전까지 갈색 빛이 감도는 흑발이었다. 그러나 15일 브라질 테레소폴리스 국가대표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네이마르의 머리색은 금발로 변해 있었다. 머리 옆쪽을 바짝 쳐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동료 알베스도 은빛으로 머리색을 물들였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네이마르가 언론의 눈을 의식한 탓인지 한 동안 모자를 눌러쓰고 훈련에 임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네이마르의 머리색 변신이 1998년 루마니아 선수들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네이마르의 스타일리스트 호드리고 파이바는 마르카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멋을 내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네이마르은 기분 전환용으로 헤어 스타일을 자주 바꾼다.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네이마르가 헤어 스타일을 바꾼 다음 날 수 많은 브라질 젊은이들이 헤어숍을 찾아 그와 똑같은 스타일로 광경이 벌어진다.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브라질의 레전드 펠레에게 "네이마르가 멋부리는 데 너무 신경을 쓴다"는 쓴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그러면서 네이마르는 지난해 바르셀로나 이적 후부터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횟수를 줄였다.
일각에선 네이마르의 헤어 스타일 변신이 징크스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루머도 나돈다. 브라질은 18일 멕시코와 A조 선두를 놓고 충돌한다. 네이마르에게 멕시코는 껄끄러운 팀으로 각인돼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유소년 클럽인 포르투게사주 산티스타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하던 1999년, 브라질이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멕시코에 3대4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어린 네이마르는 당시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2년 전에도 아픈 기억이 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이 멕시코 앞에서 좌절됐기 때문이다. 당시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포함해 3명의 와일드카드를 선발한 최정예 멤버로 올림픽에 나섰지만 결승에서 멕시코에 1대2로 패했다. 그의 염색이 멕시코전 징크스 타파의 행운의 징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