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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황랑한 쿠이아바 '월드컵 개최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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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분위기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를 지날 때마다 '이 곳에서 과연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짓다만 도로와 건물만 보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옆 굳게 잠긴 철문 안에 사람 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팬 페스트' 장소만 아니었다면 월드컵의 '월'자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홍명보호가 18일(한국시각) 오전 7시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치를 쿠이아바의 속살이다. 18세기 초반 '골드러시'를 타고 인구가 폭증했으나, 지금은 성장이 멈춘 '죽은 도시'다.

홍명보호가 쿠이아바에 입성한 16일,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를 출발해 도착한 쿠이아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외신을 통해 들려오던 본선 준비 부족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관문인 쿠이아바국제공항부터 치부가 드러났다. 브라질월드컵에 대비해 확장 공사에 들어갔던 공항은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천장에는 철제 골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곳곳에 출입금지를 뜻하는 안내문과 높은 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는 성한 건물이 없었다. 짓다가 만 건물도 상당했다. 대표팀 숙소인 데빌레 호텔 부근 번화가가 없었다면 쿠이아바는 농촌과 다름 없었다. "1부팀 하나 없는 쿠이아바에서 월드컵을 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던 브라질 현지인의 말이 이해가 갔다.

홍명보호는 이미 훈련장 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당초 홍명보호가 사용하려던 훈련장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마투그로수연방대학 운동장을 대체 훈련장으로 급히 택해야 했다. 러시아가 사용할 훈련장이었다. 그러나 이곳도 경기장을 미처 짓다가 만 상태에서 홍명보호를 맞이했다. 그라운드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트랙 주변은 흙바닥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라운드와 경기장 주변의 잔디는 조성공사가 시작도 안된 상태에서 잔디조각만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라커룸조차 없는 경기장에서 홍명보호의 현지 일정이 시작됐다. 월드컵대표팀 관계자는 "러시아가 공식기자회견 및 공식 훈련이 열리는 17일 아레나 판타날에 도착하겠다고 하면서 훈련장 문제는 해결이 됐다. 그러나 22일 이곳에서 경기를 치를 나이지리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나란히 경기 이틀 전 훈련장을 쓰겠다고 해서 현지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결전 장소인 아레나 판타날은 지난해 12월 본선 조추첨식 당시 한창 공사중이었다. 지금은 '그린 시티'라는 쿠이아바의 별칭에 맞게 외관에 녹색 조명을 켜고 한국과 러시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본선 불과 몇 달전에 완공된 경기장 상태에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그라운드 환경도 열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훈련장의 열악한 환경을 미리 경험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농담마저 흘러 나오고 있다.

홍명보호가 훈련을 마친 뒤 쿠이아바의 밤거리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축제 분위기를 내려 안간힘을 쓰는 쿠이아바의 아이러니였다.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