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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나경원,여성스포츠 알파우먼들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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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 나경원 전 의원(2013년 평창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 회장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초청했다. '여성체육포럼' 특강을 부탁했다. 나 전 의원이 '여성 체육인' 자격으로 연단에 섰다. 지난해 스페셜올림픽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활동중인 나경원 전 의원과 '박근혜 정부'에서 스포츠계 개혁과 관련법안 발의에 앞장서고 있는 태릉선수촌장 출신 이에리사 의원의 만남은 정계, 스포츠계에서 잔잔한 화제가 됐다. 무려 12명의 국회의원(서청원, 류성걸, 류지영, 이만우, 이자스민, 김학용, 장윤석, 심재철, 권은희, 박윤옥, 심윤조, 손인춘)이 내빈으로 참석했고, '100인의 여성체육인' 회원을 중심으로 장미란 (역도), 라경민(배드민턴), 김소영(체조), 이영숙 감독(육상) 조혜정 감독(배구) 등 엘리트 여성 스포츠스타 및 현역 선수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이에리사 의원은 "여성체육인들이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체육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음에도,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정부기관 및 경기단체 임원 진출비율은 여전히 낮다. 그동안 법조계, 정계, 체육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신 나경원 전 의원님의 강연을 통해 장애-비장애 여성체육인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고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스포츠를 이끄는 '알파우먼' 2인과 여성 스포츠인들의 소통과 화합은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나 전 의원은 스페셜올림픽 정신인 '함께하면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를 주제로 강연했다. "의원직을 내려놓은 후 국회에 온 것이 처음"이라며 남다른 소회를 표하더니 이후 장애인스포츠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이력을 소상히 소개했다. "나도 '스포츠인'의 자격으로 장애인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여성 스포츠인들에게 한발 다가섰다.

나 전의원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스페셜올림픽'이 2%의 인지도를 70%까지 끌어올린 기적의 조건을 이야기했다. 성공의 이유로 '스토리'를 꼽았다. "세상의 모든 일에서,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데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의 스토리, 스페셜올림픽만의 스토리를 나누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꼴찌가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올림픽, 승자만 있고 패자가 없는 특별한 올림픽을 지향했다"고 덧붙였다.

스페셜올림픽에 동참한 아웅산 수치 여사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 윤아의 일화도 공개했다. "스페셜올림픽 때 수치 여사가 오자, 사방에서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런데 수치 여사와의 만남을 거절한 유일한 사람이 내 딸"이라며 웃었다. "기조 연설에서 딸 이야기를 했는데, 수치 여사가 보고 싶어 했다. 내 딸은 자기 스케줄에 철저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딸에게 부탁했더니 '엄마 나 바빠' 하더라. 수치여사에게 그렇게 전했다."

스페셜올림픽 정신인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 '함께하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스포츠인들에게 변화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당부했다. "스페셜올림픽이 끝난 후 '나부터 바뀌자, 작은 실천이 그 시작이다. 한번 웃어주는 것, 조금 기다려주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같은 사람은 목욕, 밥먹여주기 밖에 도울 수 없지만, 스포츠인들은 특기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다. 옆집의 장애가 있는 친구와 운동을 같이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성장을 위한 교육과 경쟁이 우리 사회의 동력이었다면 이젠 문화와 협력이 그 동력이 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여성 스포츠인들이 앞장선다면, 더 빛날 것같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진솔하게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함께하는 스페셜올림픽 정신을 공유하면서 우리 스포츠인들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새누리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서청원 의원은 두 여성 '스포츠인'의 만남에 흐뭇함을 나타냈다. "나 의원님이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고, 이에리사 의원님이 대한민국 여성 스포츠와 비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 든든하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무한지지를 표했다.

장미란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역도스타' 장미란도 '100인의 여성 체육인'을 대표해, 객석에서 일어섰다. "2%의 인지도를 70%까지 끌어올린 스페셜올림픽의 기적을 감명깊게 들었다. 선수 은퇴후 재단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과도 맞닥뜨리게 되는데 오늘 특강이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페셜올림픽은 단지 성과만을 위한 것이아니라 스토리와 감동이 함께한 대회였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장애인 체육 발전에 앞장서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의원과 나 전의원은 특강 직후 장애, 비장애 여성체육인들과 허물없는 티타임을 나누며 따뜻한 소통의 시간을 이어갔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