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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득점 다저스, 라미레즈-켐프 공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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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타자들이 빠지자 타선의 무게감이 확 줄었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선발 투수 류현진의 신시내티전 패인 중 하나는 무기력한 타선이었다.

LA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조니 쿠에토를 공략하지 못한 채 결국 0대5로 영봉패했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6피안타 2볼넷 5삼진으로 4실점을 기록, 시즌 3패(7승)째를 당했다. 올해 12번째 선발 등판에서 시즌 4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실패를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류현진의 패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타선의 무기력증이 꽤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A다저스는 이날 쿠에토에게 6이닝 동안 겨우 3안타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그 사이 삼진은 무려 12개를 당했다. 이닝당 2개꼴로 처참하게 농락당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쿠에토의 실력 자체가 뛰어나기도 했다. 쿠에토는 올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우완투수다. 비록 승운이 없어 시즌 6승(5패)에 머물러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1점대(1.85)로 뛰어나다. 산술적으로 2~3점 이상 뽑는 게 쉽지 않은 투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공략하지 못할 투수도 아니다. 다저스 타선은 이미 한 차례 쿠에토를 무너트린 경험이 있다. 마침 류현진이 선발로 나왔던 지난 5월27일 LA 홈경기에서 쿠에토를 상대로 6⅓이닝 동안 4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만들어냈다. 쿠에토의 자책점은 1점이었다. 3점은 신시내티 수비진의 실책이 빌미가 됐다. 그래서 다저스 타선이 쿠에토 공략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은 이날 삼진을 3개 밖에 당하지 않은 채 쿠에토를 괴롭혔다.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쿠에토에게 완전히 침묵하고 말았다. 3회까지 9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4회 선투타자 디 고든이 간신히 첫 안타를 뽑아냈다. 전반적으로 타선이 무기력했다. 이런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헨리 라미레즈와 맷 켐프의 라인업 이탈이다.

원래 LA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라미레즈를 이날 2번 타자에 넣은 라인업을 발표했었다. 쿠에토를 상대로 득점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라미레즈는 2번 타자로 나왔을 때의 타율(0.294)이 3번 타자로 나왔을 때(0.243)보다 무려 5푼1리나 높다. 그래서 시즌 6번째로 2번 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경기 직전 라인업이 바뀌었다. 라미레즈가 연습 도중 우측 어깨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결국 매팅리 감독의 경기 운영 계획은 갑자기 틀어지게 됐다.

결국 라미레즈는 이날 선발 제외된 채 덕아웃에서 대기하다가 0-4로 뒤진 7회초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그러나 어깨 상태도 좋지 않았고, 경기 감각은 더 떨어진 상황. 라미레즈는 유격수 앞 병살타를 치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여기에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켐프까지 볼 판정에 대한 항의 끝에 퇴장당하며 라인업에서 조기 이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켐프는 2회초 1사에 나온 첫 타석에서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높은 코스로 들어온 5구째 컷패스트볼(89마일)을 세스 벅민스터 주심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했다. 다소 높아보였던 코스. 켐프는 화를 참지 못했다. 타석에서 벗어나며 잠시 언쟁을 벌이더니 덕아웃에 들어가서도 분을 삭히지 못한 채 강하게 어필을 이어갔다.

벅민스터 주심은 즉각 퇴장을 명했다. 매팅리 감독이 뒤늦게 뛰어나갔으나 판정을 뒤집을 순 없었다. 다저스 타선은 확실한 중심 타자를 한 타석 만에 잃고 말았다. 라미레즈의 부상과 켐프의 퇴장은 결과적으로 다저스 타선의 전반적인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