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KIA 타이거즈 이적 후 재기를 노리고 있는 김병현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병현은 10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2⅔이닝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3개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병현은 8-5로 앞선 3회초 2사 2,3루서 강판했지만, 이어 마운드에 오른 최영필이 김경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실점이 7개로 늘었다.
지난 4월 10일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이적할 당시 KIA는 김병현을 중간계투로 활용해 투수진 운용의 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병현은 당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선수 생활을 고향팀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2군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김병현은 지난달 23일 1군에 올라 중간계투로 등판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4경기서 평균자책점 14.73의 부진을 보이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때마침 KIA는 송은범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로테이션 구성에 애를 먹고 있었다. 양현종, 홀튼, 김진우 등 3명의 선발은 믿을만했지만, 4,5선발인 임준섭과 한승혁이 안정감이 떨어져 있던 상황. 결국 선동열 감독은 중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김병현을 선발로 투입하겠다고 마음먹고 이날 한화전 선발로 예고했다. 김병현이 선발로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25일 목동 두산 베어스전 이후 320일만이다. 이날 경기 전 선 감독은 "길게 갈 수는 없고 투구수 60~70개 정도로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병현은 들쭉날쭉한 구위와 제구력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초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김병현은 2사 2루서 김태균에게 바깥쪽 138㎞짜리 직구를 던지다 우전 적시타를 맞고 먼저 1점을 허용했다.
팀이 1회 2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자 김병현은 2회 공 8개로 송광민 최진행 김경언을 모두 땅볼로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낮은 제구로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KIA는 이어진 2회말 6점을 뽑아내며 김병현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김병현은 3회 제구력을 잃고 무려 6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선두 조인성에게 좌월 2루타를 맞은 김병현은 이용규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2루에 몰렸다. 한상훈에게 중전적시타를 맞은 김병현은 정근우에게 또다시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를 맞았다. 김태균과 피에를 범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1점을 더 내줬고, 상황은 2사 2,3루 바뀌었다. 그대로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병현은 송광민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에 몰리더니 최진행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5-8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KIA 벤치는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어 등판한 최영필이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김병현이 남긴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았다. 김병현은 총 51개의 공 가운데 직구 28개, 커브 23개를 던졌다. 직구 속도는 최고 142㎞를 기록했다.
선 감독이 김병현을 계속 선발로 쓸 지는 알 수 없지만, 제 컨디션을 찾으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KIA는 투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김병현을 대신할 투수를 찾기도 힘들다. 이날 김병현의 부진으로 선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