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코형님'이 달라졌다. 지난 5월, 장학금을 걸고 펼친 전국 대학생 딱지치기 편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더니, 6월 2일 방송됐던 커플 레이스에서도 상위권에서 활약했다.막판에 유재석의 운빨에 밀리며, 우승은 놓쳤지만, 게임을 이끈 건 지석진이었다. 앞서 5월 4일 방송됐던 '런닝맨-마피아 게임'에서는 유일하게 생존한 마피아로 팀에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그에게 이광수와 더불어 '런닝맨'의 최약체로 꼽혔던 '굴욕의 세월'이 더는 없어보인다. 지석진은 이제 '런닝맨'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감있는 멤버로 떠올랐다.
"요즘 '런닝맨'에서 날 최약체로 보는 멤버는 없다. 굳이 따지다면 (김)종국이 정도? 광수나 하하, 재석이는 아마 날 해볼 만한 대상으로는 엄두도 못 낼 것이다. 20대 아이돌들도 나랑 게임을 하고선 '석진이 형, 만만치않다'고 한다. 하하." 지석진에게서 자신감이 넘쳐난다.
"운동을 하고 나서 달라졌다. '런닝맨'이란 프로그램은 기초 체력이 없으면 못 버티는 프로그램이다. 하루에 푸시업을 150~200개 정도 한다. 20kg의 쌀가마니를 집에 두고 운동할 정도다. 처음에는 체력을 위해 했다가, 몸에 변화가 있어서 계속 하게 된다." 사실 운동하는 지석진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긴 힘들다. 지석진의 가는 팔과 다리는 여자가 봐도 하늘하늘하지 않은가. "내 검색어에 '걸그룹 뺨 때리는 지석진 다리'라고 있었다. 그래서 반바지를 못 입을 정도다. 하지만 자랑인지 아닌지 다리가 쭉 뻗은 게 선이 고은 편이다.이제 운동까지 들어가니, 근육이 더해지면 '다리 미남'으로 태어날 거다." 말 그대로 기세등등이다.
▶ "'런닝맨'을 그만두려 한 적도."
오는 7월이면 '런닝맨'을 한 지도 4년이 된다. 10살이나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하는 뜀박질이 그에게 결코 쉬웠을 리 없다. 거기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프로그램 성격도 낯설었다.
"처음에 너무 힘들었다. 스튜디오 스타일 프로그램을 하다가, 야외 촬영으로만 진행되는 리얼 예능은 처음이었다. 촬영 내내 오디오가 물리고, 이게 도대체 방송이 되는 건지 모르겠더라. 내가 트렌드를 못 탔다고 할수도 있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석진은 하차 여부를 놓고 심하게 갈등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런닝맨'을 시작하고, 3개월 정도부터다. 멤버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방송을 위해서도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이 됐다. 그때 (유)재석이가 만류를 했었다." 지석진과 유재석은 20년 넘게 '절친'이다. 지석진은 그를 믿고 따라갔다. 그렇게 지석진은 버텼고,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나를 버려야겠다. 내 고집을 버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전에 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방송을 했다면, '런닝맨'은 흐트러진 상황을 편집으로 정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느 순간 너무 나무만 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보기 시작하고, 내 역할을 받아들일 때가 되니까, 그 안에 내가 보이더라. 그때부터 시청자들도 날 좋아해주는 게 느껴지더라."
▶ "'런닝맨' 덕분에 한류스타 됐다."
'런닝맨'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타 리얼 예능에 비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넌버벌적 성격이 강해 굳이 언어와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외 로케를 갈 때면, 아이돌 못지 않은 팬들이 몰린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팬미팅 5군데를 돌았다. 해외에서 오히려 쇼핑을 못 할 정도다. 해외에서 팬미팅을 하는데, 개리가 쇼핑을 하러 나갔다. 바로 신문에 개리가 쇼핑한 사진이 나오더라." 지석진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고 밝혔다. "SNS 팬클럽이 중국에도 있고, 홍콩에도, 베트남에도 있다. 모두 다 따로 움직인다. SNS에 한국말로 남기는데, 통역기라 좀 어설프다. 가끔가다 존댓말도 있고, 반말도 있다. 그래도 한국어로 글을 남기려는 팬들의 마음은 감동적이다. 6월 중순에 홍콩 팬들이 오기로 했다. '혹시 날 볼 수 있냐'고 SNS에 남겼더라. 꼭 보려고한다."지석진은 말도 통하지 않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너무나 고맙단다.
리얼 예능의 초반에는 '리얼'이 정답이지만, 4년이나 되는 시간을 이끄는 장수 리얼 예능일 경우에는 다르다. '리얼'에서 그치지 않고, '성장'이 보여져야 한다. 그래서 늘 꼴찌로 놀림받던 66년생 지석진의 성장은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 성장하는 프로그램. 보고싶게 만든다. 응원하게 만든다. "요즘은 '런닝맨'촬영 가는 게 너무 즐겁다. 일 때문이 아니라, 멤버들과 어울리는 게 재밌다. 처음에는 쉬는 시간만 되면 다들 쓰러져 있었는데, 요즘은 쉬는 시간에도 축구를 하며 논다.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기 축구를 해도 체력이 좋아지는데, 이건 18시간 20시간을 뛰어다니지 않나. 돌이켜보면 '런닝맨'을 통해 받은 선물이 많다." 브라보! 지석진!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