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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쿠바 선수가 한국에서 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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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 3-2로 앞선 한국은 9회말에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위기의 순간에 등판한 정대현(현 롯데)이 볼카운트 2S에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6-4-3의 병살타를 완성했고, 한국은 금메달을 땄다.

한국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다. 당시 쿠바의 마지막 타자가 지난 2일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입단했다. 쿠바를 대표하는 강타자 유리에스키 구리엘(30)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8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일본 데뷔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활약을 펼쳐 화제가 됐다.

쿠바 선수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프레데릭 세페다에 이어 올 해 두 번째다. 쿠바 정부는 지난 해 9월 자국 스포츠 선수의 해외 진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야구 강국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선수들이 자유롭게 해외에 나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망명해서 미국에 진출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이제 합법적으로 해외에 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이 쿠바와의 상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메이저리그 진출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쿠바 야구선수에게 해외진출은 큰 꿈이다. 쿠바에서 야구선수는 국가 공무원 신분이고, 월급은 2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요코하마가 구리엘에게 지급한 계약금과 연봉이 약 10억원이다. 연봉 중 20%는 쿠바 정부에 돌아간다.

한국 프로야구도 쿠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삼성 라이온즈가 쿠바에 코칭스태프를 파견했다. 당시 쿠바를 방문했던 가도쿠라 켄 삼성 코치는 "나바로와 마틴의 활약이 미지수였고, 대체 후보를 차기 위해 미국과 쿠바에 갔습니다. 쿠바는 12월에 시즌을 시작해 제가 갔을 때는 플레이오프 중이었습니다. 미국을 둘러보고 가서 그런지 투수들의 구위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이 빠르고 어깨가 강한 야수가 많았습니다. 당시 요코하마 스카우트도 쿠바에 있었는데,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고 했다.

가도쿠라 코치는 대학시절 이후 두번째로 쿠바를 찾았는데도, 현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식사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음식이 입에 전혀 안 맞았어요. 그래서 매일 일본에서 가지고 간 컵라면을 아침과 저녁에 먹으며 1주일을 보냈습니다"라며 웃었다.

식문화의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 구리엘의 경우 편식이 심해 일식은 먹지 못한다. 토마토를 빼고는 야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요코하마 구단은 구리엘에게 쿠바 음식을 따로 제공한다.

삼성은 나바로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어 쿠바 타자 영입에 관한 관심이 떨어졌다. 하지만 뛰어난 쿠바 타자가 향후 한국에서 뛴다면 야구팬에게 흥미를 유발할 것 같다. <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