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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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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프로농구 KCC의 차세대 스타 가드 김민구(23)가 음주운전 사고로 선수 생명의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 소속팀 KCC는 물론, 한국 남자 프로농구의 미래도 흔들리게 생겼다.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이 빚은 처참한 결과다.

김민구는 지난 7일 새벽 3시6분 경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가다가 신호등 지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김민구의 혈중 알콜농도는 0.06%. 도로교통법상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한다. 명백한 범법행위였다.

사고의 여파는 심각하다. 우선 김민구의 선수 생명이 기로에 서게 됐다. 당시 김민구는 안전벨트조차 메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사고 후유증이 심각하다. 머리와 고관절 부위를 다쳐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 정밀 진단을 받고 있는데, 특히 고관절 부상이 매우 좋지 않다. KCC 조진호 사무국장은 "MRI등의 검진 결과 고관절 쪽에 골절이 발생했는데, 현재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않았다. 담당 전문의가 세미나 참석을 위해 일본에 가 있는 상황이라 최종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민구의 부상 정도와 향후 재활 가능성 및 그 시기에 관한 최종 진단은 담당 전문의가 병원으로 돌아오는 9일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상태로서는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게된 것으로 판단된다. 조 사무국장은 "일단 당장 수술을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검진을 주도한 의료진의 판단으로는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한다. 예전의 운동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민구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부상은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한국 농구 전체에도 엄청난 손실이다. 2013~2014시즌 신인으로 KCC에 입단한 김민구는 46경기에서 평균 13.4득점, 4.6어시스트, 5.1 리바운드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제2의 허재'로 불릴만큼 재능이 출중했다. 그래서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핵심 선수 중 하나였다. 사고를 내던 시점도 대표팀 합숙훈련 중이었다. 지난 5월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훈련하다가 외박을 잠깐 나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그만큼 한국 남자농구의 전력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김민구의 음주운전 사고는 한국 프로 스포츠선수들의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김민구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사고를 낸 사례는 부지기수다. 또 선수 생명이 끊긴 경우도 많다.

음주운전 사고로 선수로서의 인생을 날린 가장 가까운 케이스는 전 두산 투수 김명제다. 2009년 12월28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탄천1교의 중앙분리 공간 4m 아래 도로로 차와 함께 추락했다. 경추가 2개나 부러지는 중상이었다. 12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생명은 건졌지만,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2010년 두산에서 방출됐다.

지난해에도 넥센에서 뛰던 김민우와 신현철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다. 이들은 해당시즌에 아웃됐지만, 그나마 몸을 다치지 않아 현재는 KIA와 SK에서 뛰고 있다.

이미 성인인 프로 선수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건 난센스다. 각자의 선택의 문제다. 경기력에 지장을 미치지 않는 선이라면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 건, 범법 행위다.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민구의 사례는 한국 프로스포츠 전체가 뼈아프게 되새겨봐야 한다. 그리고 종목을 막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