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고요한 수영장. 인적과 불빛 없는 이 곳에 산만한 덩치의 사내들이 모이고 있다.
2일(한국시각) 대표팀 관계자는 "숙소 내 수영장을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사연은 이렇다. 이 관계자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맡기기 전 바람을 쐴 겸 수영장 쪽으로 나섰다. 그런데 수영장 벤치에서 '검은 무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처음에는 호텔 관계자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는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마음을 다잡고 접근해 확인한 뒤 비로소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바로 박주영(29·아스널) 곽태휘(33·알힐랄)를 비롯한 월드컵대표팀 선수들이었단다. 저녁식사 이후 주어지는 자유시간을 이용해 선수들끼리 모여 첫 훈련 성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조용한 수영장을 '만남의 장소'로 택한 것이다.
'한밤의 회동'은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마이애미에 도착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원팀(One Team)'의 공감대가 강해지고 있다. 주전경쟁 생존을 위해선 동료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고참 선수들이 '캡틴' 구자철(25·마인츠)을 도와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원했던 홍 감독의 바람이 실현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2011년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주영과 곽태휘는 훈련장에서도 꾸준히 동료들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곽태휘는 "형이나 선배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선수 입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선수들도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 있다"라며 솔선수범의 배경을 밝혔다.
결전에 나설 채비가 서서히 마무리 되고 있다. 마이애미의 밤도 달아오르고 있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