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는 연기파 배우 총출동, 개봉 전 호평, 칸영화제 입성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 그리고 지난 달 29일 개봉해 30일과 31일에만 약 33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세를 타고 있다. 이미 예견된 흥행몰이지만 이 시점에서 미소짓고 있을 한 명, '끝까지 간다'를 이선균과 함께 웰메이드 작품으로 만든 일등공신 조진웅을 만나봤다.
▶"살아 돌아온 박창민, 궁금하다고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박창민(조진웅)이 저수지에서 살아나는 장면이다.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만한 장면이다. "사실 박창민이 그 신에서 살아나는 장면도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감독님이 편집한거죠. 촬영할 때도 물 속에서 '이 장면 안쓸 것 같은데'라는 예상은 했었어요.(웃음)"
실제로 조진웅은 대형 수조 촬영을 통해 자동차에서 빠져나와 물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를 악 물고 물을 들이마시면 기포가 생기잖아요. 특수부대에서는 그 공기방울로 숨을 쉬는 훈련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숨을 쉬면서 물 위로 빠져나오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원래 물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수중 촬영은 처음이라 힘들긴 하더라고요." 그는 "디렉터스컷이 나오면 그 장면은 꼭 넣어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하며 옆에 있던 프로듀서에게 "우리 관객 얼마나 되면 디렉터스컷 나올까"라고 물으며 웃었다.
▶"칸영화제 초청, 깜짝 놀랐다"
제 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섹션에 초청된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딱 정확히 영화를 보는구나'라고 생각했죠."(웃음) 속 깊은 이야기는 농담 후에 나왔다. "현지에 계신 감독님에게 들었는데 최형사(정만식)가 죽을 때 현지 관객들은 웃음이 터졌다는 거예요. 우리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거든요. 그걸 보고 '영화를 정말 객관적으로 보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무슨 의미일까. "우리 관객들은 정만식이라는 배우에 대한 사전 정서가 있잖아요. 하지만 외국 관객들은 정만식이라는 배우를 잘 모르니까 그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가 블랙코미디물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었을 테지만 보면서 블랙 코미디적 성격을 꿰뚫어보는 거죠." 우리는 정만식이라는 배우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죽는 모습에 깜짝 놀라지만 해외 관객들은 이야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웃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조진웅은 스케줄로 인해 칸으로 직접 가지는 못했다. "정말 가고 싶었죠. 못가서 정말 아쉬워요."
▶'끝까지 간다' 후 '명량' '군도' 쉴틈 없다
'끝까지 간다'는 개봉을 했고 이후 '명량, 회오리 바다'와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개봉도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이쯤되면 올해 기대작들에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는 배우라고 봐야 옳다. "다들 촬영은 끝났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죠." 두 작품 모두 사극이라 고생은 많았다. "사실 말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둘다 사극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감독님들과 작품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을 울리는 시점이 있어요. 그래서 '하겠다'고 말씀 드리고 촬영장에 가면 수염도 붙여야 되고 말도 타야되고….(웃음)"
그래서 조진웅은 함께 하는 배우 스태프들과 친해지는 것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끝까지 간다'에서도 건수(이선균)와 박창민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고 실제 이선균과 조진웅도 그랬지만 지금은 절친이 됐다. "저는 그게 안되요. 아무리 극중에 대결구도라도 친숙함을 넘어서 제 스스로가 열려있어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에는 '케미'라는 말도 많이 쓰잖아요. 그래야 상대방도 잘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좋은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정도 교감도 없이 평소에도 서로 연기를 하고 있으면 힘들어요.(웃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