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NC 다이노스 외야수 나성범(25)이 거침없는 질주를 펼치고 있다.
나성범은 28일 현재 타율 3할6푼6리(186타수 68안타) 13홈런 43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 주말 휴식 이후 타격 페이스는 완전히 물이 올랐다. 27일과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두 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홈런 단독 2위로 치고 나갔고, 6타수 3안타 5타점, 5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타점 부문에서도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제 갓 프로 3년차 외야수. 프로 입단과 동시에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타자 생활도 3년차다. 1군에서 두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설명이 어려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나성범에 대해선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타자 전향 첫 해, 퓨처스리그(2군)에서부터 홈런, 타점 1위를 차지하며 범상치 않은 데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엔 시련이 있었다. 시즌 개막 전 오른손 유구골 골절로 수술을 받으면서 한 달 가량 합류가 늦었다.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하고, 뒤늦게 1군에 합류한 나성범은 조바심을 내 스스로도 불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멘탈을 잡으면서 기술적인 변화도 손쉽게 이끌어냈다. 자신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시간에 폼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습자지처럼 흡수력도 빠르다. 변화에 쉽게 적응했다.
나성범의 맹활약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때문이다. 최대한 말을 아끼려 하지만, 대표팀 승선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성범은 "솔직히 이번 아시안게임이 내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아니면 힘들 것 같다"며 "주위에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은 현재로선 병역 혜택이 있는 유일한 국제대회다. 89년생인 나성범에게도 마지막 기회다. 4년 뒤 다음 대회는 기약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쟁쟁하다.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맹활약을 펼치는 것에 빗댄 'FA로이드'처럼, 올시즌엔 'AG로이드'란 말이 유행이다. 병역 특례가 필요한 선수들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절박하기만 하다. 나성범 역시 'AG로이드'의 수혜자다.
하지만 NC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얘기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과거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 감독이기에 국제대회 사령탑의 부담감을 안다. 김 감독은 "모든 결정은 류중일 감독이 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선수들 역시 자꾸 그런 얘기가 나오면 손해"라고 선을 그었다.
어쨌든 팀 입장에선 선수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나성범이 대표팀 승선이라는 목표까지 이룰 수 있을까.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