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월드컵이었다. 잠시 아픔을 잊게해주는 '힐링 타임'을 홍명보호가 대한민국에 선사했다.
붉은 물결이 홍명보호를 감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시 카드 섹션이 등장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국내 마지막 평가전.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국내 최종 모의고사에 붉은 함성과 희망의 목소리가 함께 메아리쳤다.
'아픔'과 '치유'의 테마가 공존했다. 아픔을 잊지 않았다. '가슴으로 아픔을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SEWOL.14.04.16.' 붉은 악마의 서포터스석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경기전 태극전사를 비롯한 5만7112명의 관중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붉은 악마의 시계도 잠시 멈췄다. 킥오프부터 전반 16분까지 '침묵 응원'을 진행했다. 현재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인 16명을 기리기 위한 시간이다. 태극전사와 관중들은 한 마음으로 '그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전반 17분, 강렬한 북소리가 긴 침묵을 깼다.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의 응원 구호와 '오! 필승 코리아' 응원가가 아픔에 잠겨 있던 대한민국을 다시 깨웠다.
붉은악마의 카드 섹션도 관중석을 수 놓았다. 'We are Korea!' 세월호 참사의 아픔속에서 다시 하나가 된 대한민국으로 홍명보호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의미였다. 붉은 악마의 함성이 곧 긍정의 에너지였다. 전반 43분, 튀니지의 다우아디에게 허용한 실점에도 쉼표는 없었다. 오히려 붉은 악마는 더 뜨거운 응원 열기로 홍명보호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프타임에는 '붉은 축제'가 펼쳐졌다. 방송인 윤형빈이 부르는 월드컵 공식 응원가 '외쳐라 대한민국' 공연이 펼쳐졌다. 장도에 오르는 홍명보호를 위해 국내 축구계 인사도 총출동했다. 출정식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정몽준 협회 명예회장, 김정남 이회택 김 호 차범근 허정무 등 역대 월드컵대표팀 감독도 함께 했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의 외출은 단연 화제였다. 경기 전 전광판에 얼굴이 잡히자, 5만여 관중이 뜨거운 박수로 그를 반겼다.
90분간의 짧은 만남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어둠이 깔리자 본격적인 출정식의 막이 올랐다. 23명의 태극전사들과 코칭스태프가 차례대로 입장했다. 어둠속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던 레이저는 월드컵에 나서는 홍명보호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대형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도는 태극전사들의 발걸음에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진출을 위한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월드컵대표팀은 한국의 희망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매 대회마다 온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다시 하나된 대한민국의 시선이 브라질을 향하기 시작했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