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인 최다 홈런(15개)의 주인공이지만, 올해는 자리를 잃었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NC의 대졸 2년차 외야수 권희동(24)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권희동은 지난해 NC의 활력소와도 같았다. 경주고-경남대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서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입단한 권희동은 첫 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명순위에서 나타나듯,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신인이었다. 시즌 전만 해도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는 당찬 플레이로 주전 한 자리를 따냈다.
권희동의 장점은 장타력이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이 2할3리로 꼴찌. '멘도사 라인'으로 부를 만한 성적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홈런 15개로 홈런 공동 12위, 신인 최다 홈런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외야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하이라이트 필름의 단골손님이 되기도 했다.
남들은 2년차 징크스를 걱정할 때, 권희동은 주전 자리를 걱정해야 했다. FA(자유계약선수)로 이종욱이 가세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군에서 제대한 오정복이나 지난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 선배 박정준도 있었다. 백업 한 자리도 쉽지 않았다.
지난 겨울만 해도 권희동은 "준비하고 있었다. 프로에서 경쟁은 당연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막상 자리를 잃고 나니 위축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겐 다시 기회가 오는 법. 권희동은 꾸준히 1군에 남아 출전기회를 잡았다.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지난해 도루왕 김종호와 함께 주전 자리를 나눠 갖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권희동의 주전 기용에 대해 "희동이를 뒤에 남겨뒀는데 쓸 기회가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우리 팀엔 대주자 요원이 (이)상호 한 명밖에 없다. 희동이를 먼저 쓰면, 발이 빠른 종호를 활용할 기회가 한 차례 더 생긴다. 승부처에서 카드가 더 생긴 셈"이라고 밝혔다.
권희동은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단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다. 권희동이 장타력을 뽐낼 수 있었던 건 탁월한 직구 공략 덕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한 직구에 비해 변화구 공략에는 애를 먹었다. 특히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공에 약점을 보였다.
상대는 집중적으로 권희동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2할을 갓 넘긴 타율이 그 결과였다. 결국 권희동은 김광림 타격코치와 함께 선구안을 기르는 동시에 바깥쪽 코스 대처법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올시즌 권희동은 27일까지 34경기서 타율 3할5푼3리(68타수 24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중이다. 27일 대전 한화전에선 마수걸이 홈런과 2호 홈런을 연타석 투런포로 장식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홈런이었다. 또한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1개가 모자란 4안타 경기를 펼쳤다. 한 경기 개인 최다 안타였다.
경기 후 권희동은 "지금껏 홈런에 대해 마음 편하게 생각했지만, 조금 늦게 터진 것 같다. 마음고생 안 해야지 하면서도 혼자 마음고생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주전이 아니기에 타격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장기인 장타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행운과도 같았던 첫 시즌, 그리고 2년차 시즌에 닥친 경쟁이라는 장벽. 권희동은 이를 악물고 도전하고 있다. 그는 "난 주전이 아니다. 한 타석 한 타석 하나라도 치려고 악착같이 노력한 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