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외로운 포지션이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이다. 상대 공격수를 막아내고 공격의 찬스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골이나 도움 등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덜 주목을 받는다. 최근 들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여전히 고독하다.
홍명보호 수비진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외로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상대가 만만치 않다. 국내파 위주인 카펠로 감독의 러시아, 개인기가 뛰어난 복병 알제리, 이름값에서 유럽 최고 수준인 벨기에를 상대한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4경기서 17실점을 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A대표팀 수비라인은 이번 본선을 명예회복의 장으로 삼고자 한다.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무실점과 아자르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26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무실점 습관을 들여야 한다. 첫 경기인 러시아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싶다. 그래야 알제리, 벨기에전도 자신감을 갖고 수월하게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짝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가장 막고 싶은 선수로는 이 용(울산) 황석호(히로시마)와 마찬가지로 벨기에 공격수 에당 아자르(첼시)를 지목했다. 김영권은 "아자르를 꼭 막아보고 싶다. 최고의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튀니지와의 평가전은 시험대다. 홍명보호가 본선에서 맞닥뜨릴 상대와 비교해도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에 힘까지 더해진 팀이다. 컨디션과 전술 점검 외에도 승리라는 중요한 결과물이 기다리고 있다. 본선으로 나아가는 홍명보호에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튀니지전 승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영권은 "항상 (본선에서 만날) 상대 선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어떻게 막아내야 할 지 생각하고 있다"며 "포커스는 러시아전에 맞추고 있지만, 이번 튀니지전을 러시아전과 같은 심정으로 치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트플레이 득점은) 내가 가진 무기 중 하나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기회가 온다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득점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